바둑 1 - 망망대해 일엽편주
김한빈
바둑판 옆에
돌통을 끌어다 놓고
차 한 모금 목을 적시고
돌을 한 웅큼 잡으면
온몸에 긴장감이 퍼진다
돌의 감촉
두려움과 투지 그러나 겸손함
화선지에 붓을 대는 추사의 마음일까
출사표 내고 군사를 일으키는 제갈량의 심정일까
넓은 바다에 조각배 한 척 띄우는 어부의 마음일까
첫수는
태고에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첫손길
아, 포석의 길은 세상만큼 넓고
갔던 길도 낯설어
지도를 잃어버린 탐험가처럼
초행길은 그저 새롭고 두려운 발걸음
다만 돌의 의지를 배운다
<상상> 동인지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