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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빈 Dec 26. 2017

바둑 1 - 망망대해 일엽편주

바둑 1 - 망망대해 일엽편주

                                                            김한빈



바둑판 옆에 

돌통을 끌어다 놓고 

차 한 모금 목을 적시고 

돌을 한 웅큼 잡으면

온몸에 긴장감이 퍼진다

돌의 감촉

두려움과 투지 그러나 겸손함

화선지에 붓을 대는 추사의 마음일까

출사표 내고 군사를 일으키는 제갈량의 심정일까

넓은 바다에 조각배 한 척 띄우는 어부의 마음일까

첫수는

태고에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첫손길

아, 포석의 길은 세상만큼 넓고

갔던 길도 낯설어

지도를 잃어버린 탐험가처럼

초행길은 그저 새롭고 두려운 발걸음

다만 돌의 의지를 배운다



<상상> 동인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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