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한빈 Nov 08. 2017

선(禪) 2 -- 자벌레

선(禪) 2 -- 자벌레

                                        김한빈



길 없는 허공에 한 발 내딛고

비로소 길이 열린다


백척간두 진일보

너는 무엇을 찾으러 나무 꼭대기에 올랐느냐

문득 길 끊어지고

무!

그곳엔 아무것도 없구나

빈 바람소리뿐


저 아래

비 맞고 먼지 덮어쓴

풀과 돌맹이를 보라

네가 찾던 세상이 거기 있지 않는가


구름이 땅의 물로 돌아가듯

높은 곳에 오르면

그만큼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법


그대, 서쪽에서 온 조사(祖師)*여!

물이 웅덩이를 메우며 낮은 데로 흘러

바다로 가 본래 하나가 되는구나


길 없는 허공에 한 발 내딛고

비로소 길 열린다

백척간두 진일보


*조사(祖師):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와 선종을 창시한 달마 대사



<문장 21> 시부문 신인상 수상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