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1 ㅡ 새똥
김한빈
어떤 섬에는 무수한 새들이 공중에서 똥을 누는데, 날개를 퍼덕이면서 똥을 누는데, 이상하게도 그 똥은 흰색 회색 페인트 같아서, 섬을 에워싼 바위 위로 떨어져 마치 덕지덕지 유화를 그리는 듯한데, 한편으론 그 그림은 새들의 공화국에 필요한 헌법 같기도 하고, 물론 매일매일 수정헌법을 다시 쓰긴 하지만, 한편으론 그들 각자의 일기를 써서 역사를 기록하는 것 같기도 해서, 아닌 게 아니라 똥으로 제법 독특한 문명을 이루는 것 같다.
<문장 21> 시부문 시인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