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의 노래
김한빈
누구나 마음속에 산이 있다
그 산은 세월을 쌓아올린 탑.
그 높이만큼 바위를 밀고 올라온 사람들
이젠 바위를 잃고 산정에 선다
교회당 첨탑 꼭대기에 서듯.
정오의 시각
시지프스는 산정에 홀로 서서
번민하는 이마로 낯선 바람을 맞는다.
어떤 이는 빈손을 흔들며
허무의 숲 속으로 사라지고
어떤 이는 고난의 신발을 벗어놓고
계곡 아래로 몸을 던진다.
알 수 없구나
산 위로 밀고 올라왔고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진 바위는 무엇인가
동굴 속에 앉은 달마 같이 화두를 잡는다
이머꼬.
이 화두를 깨쳐야
바위를 찾으러 산을 내려가리라.
산정에 홀로 선 시지프스
낯선 바람을 맞는다.
<문장 21> 시부문 신인상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