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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빈 Nov 08. 2017

시지프스의 노래

시지프스의 노래

                                               김한빈



누구나 마음속에 산이 있다

그 산은 세월을 쌓아올린 탑.


그 높이만큼 바위를 밀고 올라온 사람들

이젠 바위를 잃고 산정에 선다

교회당 첨탑 꼭대기에 서듯.


정오의 시각

시지프스는 산정에 홀로 서서

번민하는 이마로 낯선 바람을 맞는다.


어떤 이는 빈손을 흔들며 

허무의 숲 속으로 사라지고

어떤 이는 고난의 신발을 벗어놓고 

계곡 아래로 몸을 던진다.


알 수 없구나

산 위로 밀고 올라왔고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진 바위는 무엇인가

동굴 속에 앉은 달마 같이 화두를 잡는다

이머꼬.


이 화두를 깨쳐야 

바위를 찾으러 산을 내려가리라.


산정에 홀로 선 시지프스

낯선 바람을 맞는다.



<문장 21> 시부문 신인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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