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세상
김한빈
창 너머 보이는 세상은 온통 네모뿐이죠.
직육면체 빌딩도 네모, 다닥다닥 붙은 창문도 네모
자유가 없어요.
모든 게 숨 막히는 유리창 사각에 갇혔기 때문이에요.
네모 반듯한 콘크리트 빌딩숲 사이
로봇들이 군인처럼 직각 보행하는 거리엔
자유가 없어요.
네모난 컴퓨터가 만든 사각형 머리뿐이잖아요.
“같은 게 좋은 거야.”
“그래 맞아!”
무한 복제된 수많은 창문들이 외치는 소리
똑같이 들리지 않나요?
유리창 모서리가 사진기 뷰파인드같이
각도를 조금도 굽힐 줄 모르네요.
아마 내 눈도 네모가 됐겠지요.
결국 창문 안팎이 서로 닮은 셈이죠.
창 너머 보이는 세상은 온통 네모뿐이죠.
네모의 테러라오.
자유가 없는 네모난 세상
권태와 불안뿐이에요.
<문학도시 2018. 11> 수록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