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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빈 Jan 08. 2019

네모난 세상

네모난 세상   

                                               김한빈



            

창 너머 보이는 세상은 온통 네모뿐이죠.

직육면체 빌딩도 네모, 다닥다닥 붙은 창문도 네모

자유가 없어요. 

모든 게 숨 막히는 유리창 사각에 갇혔기 때문이에요.  

    

네모 반듯한 콘크리트 빌딩숲 사이

로봇들이 군인처럼 직각 보행하는 거리엔

자유가 없어요.

네모난 컴퓨터가 만든 사각형 머리뿐이잖아요.  

   

“같은 게 좋은 거야.” 

“그래 맞아!”

무한 복제된 수많은 창문들이 외치는 소리 

똑같이 들리지 않나요?    

  

유리창 모서리가 사진기 뷰파인드같이

각도를 조금도 굽힐 줄 모르네요. 

아마 내 눈도 네모가 됐겠지요.

결국 창문 안팎이 서로 닮은 셈이죠.   

   

창 너머 보이는 세상은 온통 네모뿐이죠.

네모의 테러라오. 

자유가 없는 네모난 세상

권태와 불안뿐이에요.


<문학도시 2018. 11> 수록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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