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김한빈
어느 날 우연히 보았다
하늘 한 모퉁이 구름이 아프리카 난민을 태우고
지중해를 건너고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보았다
하늘 한 모퉁이 구름이 인도 가난한 마을 아이처럼
망치를 들고 돌을 깨고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보았다
하늘 한 모퉁이 구름이 무료 급식 받는 노인들처럼
겨우 살아남은 목숨을 식판에 든 채
줄 지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보았다
그들이 흘린 눈물이 구름이 되었다가
숨을 몰아쉬는 총부리
배고픈 채찍
벌벌 떠는 철조망이 널브러진 벌판 위에
함박눈으로 내리고 있었다
<오륙도문학 2018.12> 수록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