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한빈 Jan 08. 2019

바둑꿈

바둑꿈  

                                            김한빈

               


 내 눈 높이에 대국 중인 커다란 바둑판이 몇몇 보인다.. 나는 흑백 바둑돌이 어지럽게 얽힌 어느 바둑판 속 한 알의 바둑돌로 머리만 내밀고 있다..

  약간 기울어진 바둑판도 있으나 신기하게도 돌이 아래로 쏠리진 않는다.. 얼굴을 분명히 볼 수 없지만, 굳은 표정을 한 몇 사람이 나를 에워싸고 우두커니 서 있다.. 그들이 대국자인지 구경꾼인지 모르겠다..            

  바둑판의 형세도 알 수 없다.. 다만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 속에 언제나 그렇듯이 피비린내가 물씬 묻어난다.. 내가 바둑돌이라면 내 뜻과 관계없이 나를 한갓 말馬로 부리는 자가 따로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누군가?.. 신인가, 사람인가, 아니면 역사인가, 운명인가?..

 내가 흑돌도 백돌도 아니라면, 나는 아수라 바둑판 속 관전자인가?..


<오륙도문학 2018.12> 수록 작품

매거진의 이전글 구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