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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빈 Dec 22. 2021

발치 拔齒

발치 拔齒

                                          김한빈    

           


이를 뽑고 회전 교차로를 빙빙 도는 택시 안에서

마른 장작처럼 쓰러진 ‘송철호*’라는 불행한 사내가 있었다. 

    

그의 죽음은 치아와 양심이 

동아줄로 묶여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를 뽑으면 양심도 뽑혀서 마개 뽑힌 듯 피가 솟는 것이다.

혈우병이 아니었다.

궁핍한 시절 탓도 아니다.

보리차를 마시며 빈속을 달랠 수 있었고

단지 돌멩이 같은 양심을 꽉 깨물어 이가 상했을 뿐이다.  

   

결국 이를 뽑으면 바로 죽어버리는 

불행한 시대를 산 불행한 사내가 있었던 셈이다. 

    

나는 치과에서 이를 뽑고 지혈용 거즈를 지그시 깨문다.

행복한 시대를 사는 나는 죽지 않는다. 

    

내가 살아있음은 그 사내와 달리

치아와 양심이 동아줄로 묶여있다는 사실을 

끝내 증명하지 못한다.   

       

* 이범선 소설 「오발탄」의 주인공 ‘송철호’


<오륙도문학 2021. 12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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