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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빈 Jan 16. 2023

사구아로 선인장

사구아로 선인장      

                                       김한빈     



사막의 열기가 성난 소처럼 달려들면

투우사가 목숨을 걸 듯

방울뱀도 사구아로 선인장도 목숨을 건다     

그랜드 캐니언의 밤을 견디려면

두 팔 높이 든 장좌불와(長坐不臥)의 선인장처럼

바위 밑에 밤을 지새우는 방울뱀처럼

사막이 내뿜는 영하의 입김을 똑똑히 바라보아야 한다     

온몸에 가시를 두르고

사구아로 선인장처럼 비를 구걸하지 않고

우리도 커다란 칼날처럼 곧게 서서

고요히 새벽을 기다리는 것이다     

애리조나 인디언 부족처럼

우리도 사막을 사랑할 일이다

이백 년 동안 목숨을 건

장좌불와(長坐不臥)의 선인장처럼

밤을 견디며 사랑할 일이다    


남구문인협회  <오륙도문학> 2022년 12월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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