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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좋은 ㅎㅏ루 Dec 30. 2018

일러스트가 재미있는 영국의 홉고블린

편의점맥주열전 - ‘Hobgoblin’의 역사




최근 재미있는 맥주를 만났다. 집앞 세계맥주할인점에서 항상 봤지만 지나쳤던 녀석이었다. 이기중이 지은 <유럽 맥주 견문록>을 읽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집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 녀석은 홉고블린이라는 못생긴 영국 맥주다. 맥주를 못생겼다고 표현한 것은 병의 라벨에 있는 일러스트때문이다. 라벨에 그려진 못생긴 요정이 너무 장난스러워 맥주의 맛은 별로겠지 했는데 이외로 맛이 괜찮았다. 꽤 괜찮았다. 이것이 바로 브라운 에일의 맛이었다.

장난 가득하고 못생긴 숲의 정령이 그려져 있는 홉고블린


이 책의 표지에 홉고불린 맥주의 독특한 일러스트가 보인다.



위치우드 양조장


홉고블린(Hobgoblin)은 영국의 위치우드 양조장(Wichwood Brewery)에서 플래그쉽 맥주로 생산되는 브라운 에일이다. 브라운 에일이란 페일 에일에서 느껴지는 홉의 쓴 맛을 억제하고 몰트의 마일드한 맛을 강조한 에일을 말한다. 캐러멜과 초콜릿 맛이 나기 때문에 기네스와 같은 스타우트가 엹어진 느낌이 있다. 홉고블린은 여기에 탄산감도 적당히 있어 마시기 편하다. 위치우드 양조장은 영국의 중남부에 있는 옥스포드셔 주의 휘트니 시에 위치하고 있다. 유럽의 맥주 양조장 치고는 비교적 최근인 1983년에 오픈하였지만, 이들의 모기업인 마슨스 양조장(Marston’s brewery)은 1834년부터 케스크 에일을 생산한 유서깊은 양조장이다. 위치우드 양조장은 역사는 짧지만 연간 5만 배럴(820만 리터)의 에일 맥주를 생산할 만큼 영국에서 규모가 있는 양조장이다. 재미있는 것은 위치우드 양조장의 모든 맥주에는 고대 위치우드 숲의 전설과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 판타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라벨이 부착되어 있다는 것이다. 홉고블린은 엘프(홉)와 장난기 많은 못생긴 요정인 고블린을 합한 말로 예부터 전승되어 내려온 숲의 정령을 말한다. 위치우드 양조장의 홈페이지도 독특한데 한편의 만화를 보는 것 같은 프레임에서 위치우드 양조장 맥주에 부착되어 있는 모든 캐릭터를 볼 수 있다.

위치우드 양조장 홈페이지에서 맥주를 읽는 재미가 있다



홉고블린 맥주


홉고블린은 위치우드 양조장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대중적인 맥주이다. 알코올 도수는 병맥주와 캔맥주가 5.2%이고, 캐스크로 판매할 때에는 4.5%이다. 처음에는 캐스크 맥주의 도수가 6.5%였던 것이 5.6%, 5.0%로 점차 내려와 현재의 도수에 이르렀다. 위치우드 양조장의 설명에 의하면 홉고블린을 루비 맥주라고 부르는 데, ‘초콜릿 토피 몰트 향을 가진 풀 바디에 맛의 균형이 잡혀 있고, 적당한 쓴맛과 독특한 과일 향이 나는 맥주’라고 한다. 마셔보면 모두 공감하는 말이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덧붙이자면 에일임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탄산감이 있어 마시기 편하다는 것이다. 원재료를 살펴 보니 정제수, 보리맥아, 홉 외에 탄산가스라고 있는데 아무래도 내가 느낀 탄산감은 맥주를 발효할 때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홉고블린은 영국에서 처음으로 맥주병의 라벨에 그림을 형상화한 맥주로 유명하다. 이전에는 모두 간단한 텍스트로 라벨을 꾸몄다. 홉고블린은 현재 영국에서 5번째로 많이 팔리는 에일 맥주이다.


홉고블과 관련된 재미 있는 일화가 있다. 지난 2010년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영국의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각자의 고향에서 생산되는 맥주를 교환하였는데, 카메론은 자신의 선거구였던 휘트니 시에서 생산되는 홉고블린 맥주 12병응 선물하였고 오바마는 자신의 고향인 시카고에서 생산되는 구스 아일랜드 맥주 24병을 선물하였다.


홉고블린, 이름만 보고 흡사 홉이 강조된 맛으로 오해하기 쉽다. 홉의 쓴 맛을 좋아한다면 조금 심심할 수는 있으나 몰티한 맛에 가볍게 마시기에는 라거처럼 좋다. 홉의 맛을 원한다면 홉고블린 골드를 추천한다. 홉고블린 골드를 마신 날 조금 비싼 맥주인 듀벨을 같이 마셨는데 개인적으로 절대 밀리지 않는 맛이었다. 맥주 스타일로 보면 듀벨은 벨기안 스트롱 골든 에일, 홉고블린골드는 골든 에일 쯤 된다. 듀벨은 330ml 한 병에 5,200원(100ml 당 1575원), 홉고블린 골드 500ml 한 캔에 2,400원(100ml 당 480원). 듀벨에 비해 1/4 가격이지만 맛마저 1/4은 아니다. 한마디로 가성비로도 좋고 한국에서 흔하지 않은 맥주 스타일을 마셔 볼 수 있어 좋다.



스타일 : Premium Bitter / ESB
브루어리 : Wychwood (Marston's)
생산지 : Witney, England
ABV : 5.2%
수입원 : (주)리커엔조이

RateBeer 평점 :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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