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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좋은 ㅎㅏ루 Feb 13. 2019

도쿄 크래프트 비어 펍 크롤링 (2편)

크래프트 비어 펍 iBrew는 일본 지역 맥주의 축제




아이브루(iBrew),

이곳은 계획에 없던 곳이었다. 원래는 한국에서도 맛있게 마신 히타치노 네스트 맥주(일명 부엉이 맥주)를 드래프트로 마실 수 있는 곳이 도쿄역에 있다길래 찾아갔었다. 가뜩이나 복잡한 도쿄역에서 일본에서 10년을 산 지인과도 한참을 헤매다가 도착한 펍은 우리가 생각한 펍이 아니었다. 우선 넓은 매장으로 예상한 펍은 복도처럼 좁고 가늘었다. 거기다 앉을 자리도 부족하고 심지어 서서 마시는 다찌(たち)조차 자리가 없었다. 추운 날씨에 3km을 걸었던 것은 억울하지도 않았다. 그냥 구글에서 정보를 자세히 찾아보지 못한 나 자신이 한스러웠다. 그렇게 하여 구글 맵을 다시 들여다보며 예전에 별 찍어 놓은 곳 중의 하나를 선택했다. 그나마 1km로 안 되는 가까운 곳에 아이브루가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 안 갔으면 후회할 뻔했다(안 갔으면 후회할 일도 없었겠지만).


아이브루, 정확한 명칭은 'Craft Beer Bar iBrew'이다. 위치는 긴자역과 도쿄역의 딱 중간에 있다. 어느 역에서 가든 6~700미터 이내의 거리로 걸어서 10분 이내로 갈 수 있다. 이 펍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일본 전국의 지역 맥주 47종을 3천엔 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노미호우다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 보려고 한다.


일본 〒104-0028 Tōkyō-to, Chūō-ku, Yaesu, 2 Chome117 東栄ビル
+81 3-3281-6221
https://goo.gl/maps/hZRTgXokWeA2



미국에서 정의한 크래프트 맥주란 소규모이고 독립적이고 전통에 따라 만든 맥주(small, independent and traditional)라고 되어 있다. 구체적으로는 연간 생산량이 600만 배럴(약 70만 킬로리터) 이하이고, 외부 자본이 25% 이상 참여할 수 없으며, 전통적인 맥주 제조 방식에 혁신을 담아야 크래프트 맥주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의 크래프트 맥주 정의는 미국과는 같지는 않다. 일본은 최소 생산량을 정의하고 있는데, 1994년에 개정된 주세법에서 크래프트 양조장의 최소 생산량을 2,000 킬로리터에서 60킬로리터로 변경하면서 크래프트 브루워리의 수가 크게 증가하였다. 2003년 한 때 300개까지 있었던 크래프트 브루워리는 이제 크게 정리되어 2018년에는 141개만 남았다. 특히 2004년부터 전자상거래를 통한 맥주 구매가 허용되면서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크게 성장하게 되었다. 실제 일본에 거주하는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좋은 맥주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맥주를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했다. 세계 맥주도 아마존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해서 마실 수는 있다고는 하지만 묶음 배송이 아니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게 운송비다. 또한 일본의 치비루는 교토, 나라, 나가노 등 전국에 있다 보니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요나 요나 비어 웍스처럼 도쿄에 있는 크래프트 펍은 자사의 맥주만을 판매한다. 그런 면에서 지역 맥주를 모아 한번에 판매하는 아이브루가 그저 반가울 뿐이다. 아이브루의 특이한 점은 개별적인 맥주의 가격과는 상관없이 모든 맥주를 동일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점이다. 마치 4개에 만원 하는 편의점 맥주 속에는 2,500원보다 씬 맥주가 있을 수도 2,500원보다 비싼 맥주가 있을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브루의 맥주의 가격은 파인트 470ml 한 잔에 690엔(부가세 별도), 하프 파인트 270ml 한 잔에 390엔으로 다른 펍보다는 저렴하다. 마시기 비교 세트라는 샘플러가 있는데, 90ml 3종에 745엔, 8종에 1,933엔이다. 물론 모든 맥주의 가격이 같다. 특히 이 펍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3,000엔이면 2시간 동안 모든 맥주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노미호우다이가 있다는 것이다. 호우다이라는 말은 예전에 일본 회사와 일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일본 회사에서 정액권을 끊으면 회사가 제공하는 앱을 마음껏 설치하여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였는데 이 서비스 이름이 ‘초호우다이’였다. 여기서 호우다이가 ‘미음 껏 하다’라는 의미라고 일본 친구가 설명해 주었다. 일본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다베호우다이’, ‘노미호우다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다베는 먹을 것, 노미는 마실 것을 의미한다. 우리말로 하면 ‘무제한 식사’, ‘무제한 음료’에 가깝다.


47종의 맥주 중에 총 12종의 멕주를 마셨다. - 생각 같아서는 더 마시고 싶었지만 일반 맥주보다 도수가 높고 배가 불렀다. - 주문지에 맥주의 번호를 기입하면 되는데, 기입한 순서대로 맥주를 담아 준다. 맥주와 함께 주문지를 다시 주긴 하지만 숫자만 보고 나중에 어떤 맥주인지 알 수가 없다. 숫자 옆에 맥주의 종류 가령 Pale Ale, IPA, Stout라는 식으로 표시해 두면 나중에 마실 때 도움이 된다. 아님 메뉴판과 주문서를 사진으로 찍어 두는 것도 좋다. 12종의 맥주에는 라우흐 맥주, 사우어 맥주, 임페리얼 라거, 도펠보크 등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맥주를 주로 마셨다. 이 중 기억에 남는 몇 개의 맥주를 소개해 볼까 한다.


 


ろまんちっく村

브루워리 : 로만챠쿠무라, Romantic Village

맥주명 : 스모쿠라가 (스모크 라거,  Smoke Lager)

스타일 : 라우흐비어( Rauch Bier)

ABV : 6.3%


누군가 그랬던가? 세상의 튀긴 음식 중에 맛이 없는 것은 없다고. 여기에 숟가락 하나 얹어야겠다. 세상의 불맛 나는 음식 중에 맛이 없는 것은 없다고. 라우흐비어는 맥주에서 스모키한 훈연의 향, 요즘 유행하는 불짬뽕의 맛이 난다. Rauch는 독일어로 ‘연기’라는 뜻이다. 이 맥주를 양조하는 로만챠쿠무라는 ‘로맨틱 마을(Romantic Village)’이라는 뜻이다.



田沢湖ビール

브루워리 : 타자와코비루, Tazawako Beer Brewery Pub

맥주명 : W Chocolate Bock

스타일 : 도펠보크 (DoppelBock)

ABV : 8%


보크(Bock) 맥주는 독일의 아인베크 지방에서 처음 시작된 맥주이다. 예전 독일의 양조업은 맥주가 양조된 지역의 동네 사람들이 마시는 지역 사업이었다. 동네에서 생산된 맥주가 최고라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냉장 기술이 없던 시대에 맥주를 유통시키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인베크의 보크 맥주는 유통기한이 길어서 먼 지역까지 보내졌고 그 유명세는 북독일과 북유럽까지 뻗쳤다. 그 이유는 그루잇을 사용하는 시대에 일찍이 홉을 사용하여 방부제 역할을 충분히 했기 때문이다. 아이베크가 아인보크가 되고 이를 간단히 줄여 보크라고 불렀는데, 독일어로 Bock는 '숫염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간단히 부르기에 적당했었던 것 같다. '이봐 숫염소 맥주 하나 내오게' 왠지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보크 맥주는 맥아 향이 풍부하고 묵직한 라거다. 도펠보크란 이보다 더 과도하게 진하고 맥아 향이 더 풍부한 맥주인데, 도펠(Doppel)은 독일어로 더블을 의미한다. 맥주의 도수(ABV)도 8%로 매우 높다.


(좌) 로만챠쿠무라의 맥주   (우) 타자와코비루의 W Chocolate Bock, 사진출처 : 각 사 홈페이지



奈良醸造

브루워리 : 나라양조, Nara Brewing Company

맥주명 : Spice Of Life

스타일 : 스파이스 앰버 에일(Spiced Amber Ale)

ABV : 5.2%


세상에 이런 맥주도 있다. 바로 스파이시한 맥주이다. 2015년에 개정된 맥주 스타일 가이드 BJCP에서도 30번째 카테고리에 나와 있는 스파이스 맥주 쟝르이다(2008년 BJCP에도 있었다). 마셔본 바로는 기대와 달리 그리 스파이시하지 않았다. 맥주명을 안 봤으면 전혀 모를 정도의 스파이시였다. 스파이스에 내가 모르는 다른 뜻이 있었는지 찾아봤지만 역시나 향신료라는 뜻이었다. 나라양조(奈良醸造)도 일종의 사기 캐릭터(?)였다. 이름만 보면 나라(오사카와 교토 사이에 있는 도시)를 대표하고 유구한 역사를 지닌 양조장처럼 보이지만, 2017년 4월에 설립된 겨우 2년도 안된 양조장이었다. 아무려면 어떤가? 그래도 쾰쉬, 세종, 사우어 등 독특한 맥주를 잘도 만드는 걸. 역시나 부러울 따름이다.



筆面ビール

브루워리 : 미노오비루, Minoh Beer

맥주명 : W-IPA

스타일 : IPA

ABV : 9.0%


오사카에서 북쪽으로 약 15km 정도 떨어진 미노오 시에 1996년에 설립된 미노오 비어(미노오비루)의 맥주이다. 미노오 시에는 폭포와 단풍이 있는 국립공원이 있는데, 이곳에서 서식하는 야생 원숭이가 이 맥주의 심벌이다. 앞서 크래프트 브루워리가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맥주 쟝르나 실험적인 정신이 강한 맥주를 만드는 반면, 미노오 비어는 매일 마실 수 있는 평범한(?) 맥주를 제조하는 것이 모토이다. 그래서인지 미노오 비어의 맥주는 필스너, 스타우트, 페일 에일, IPA, 바이젠 등 친숙한 스타일의 맥주가 많다. W-IPA는 맥주 평점 사이트인 RateBeer.com에서 임페리얼(Imperial), 더블(Double) IPA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보통 맥주에서 임페리얼이 붙으면 동종의 맥주보다 강한 도수를 가진 맥주의 의미로 쓰인다. 임페리얼 스타우트, 임페리얼 라거 등이 좋은 예이다. W-IPA의 W는 일본어에서 더블을 의미하는 기호이다. 이 맥주의 알코올 도수는 무려 9%이다.


(좌) 나라양조   (우) 미노오비루의 맥주, 사진출처 : 각 사 홈페이지

富士桜高原麦酒

브루워리 : 후지자쿠라고우겐맥주,  Hujizakura Height

맥주명 : 20th ANNIVERSARY Ale Winter

스타일 : 바이젠(Weizen)

ABV : 5.5%


후지자쿠라고우겐은 우리말로 '후지 벚꽃 고원' 쯤 된다. 브루워리가 후지산의 북쪽 기슭의 해발 1,000m 정도에 위치해 있다. 양조장은 1997년에 독일의 양조 기술을 들여와 설립하였고 후지산의 좋은 연수를 사용하여 맥주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인지 양조장의 대표 맥주는 필스너, 바이젠, 라우흐, 슈바르츠 비어 등 모두 독일의 전통 방식에 따라 제조한 맥주들이다.



COEDO

브루워리 : COEDO Brewery

맥주명 : Marihana Session IPA

스타일 : IPA

ABV : 4.5%


일본의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 Top 3을 뽑는다면 아마도 히타치노 네스트 맥주, 얏호 브루잉, COEDO가 아닐까 싶다. 그 유명세는 한국까지 뻗쳐 모두 한국의 마트나 펍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히타치노 네스트 맥주는 레이블에 그려진 부엉이 심벌로 유명하고, 얏호 브루잉은 플래그쉽 모델인 요나 요나 에일이 유명하다. COEDO라고 하면 아무래도 고구마를 원료로 한 맥주가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COEDO는 도쿄에서 가까운 사이타마현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보리를 가지고 맥주를 만들어 보자는 시도로부터 시작하였다. 하지만 현지에서 생산된 보리만으로는 원하는 맥아를 얻기 어렵자 대체 작물을 찾아 새로운 맥주 제조법을 개발하였다. 그것이 바로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구마 맥주 '베니카'이다. 아이브루에서 마신 COEDO 맥주는 베니아카(붉은색)는 아니었고 마리화나(녹색)라고 하는 IPA였다. 이날 아이브루에서 마신 IPA 중에 가장 화사한 맛이었다. COEDO는 이 밖에 4종의 맥주가 더 있다. 앞서 맥주 이름과 괄호 안에 색깔을 표시한 것은 레이블의 색깔을 의미한다. COEDO에는 파란색의 필스너, 흰색의 헤페바이젠(밀맥주), 검은색의 블랙 라거, 갈색의 인디아 페일 라거가 있다.


(좌) 후지자쿠라고우겐의 맥주   (우) COEDO의 맥주, 사진출처 : 각 사 홈페이지



Two Rabbits

브루워리 : Two Rabbits Brewery Company

맥주명 : White Rabbit Kinkan Wit

스타일 : 위트 비어

ABV : 4.5%


Two Rabbits Brewery는 MBA를 준비하던 일본과 호주의 두 명의 젊은이가 만든 양조장이다. 그들은 석유와 가스 산업 분야에 대해 오랫동안 공부해 오다 일본의 크래프트 맥주 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MBA 마지막 프로젝트로 자신만의 브루워리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두 마리 토끼의 뜻은 일본 속담 중에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면 한 마리도 잡을 수 없다'라는 속담에서 따 왔다. 그 의미는 역설적이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브루워리의 모토라고 한다. White Rabbit Kinkan Wit는 벨기에식 밀맥주이다. 독일식 밀맥주가 보통 맥아와 홉, 효모만을 사용하여 향과 맛을 내는 반면 전통적으로 벨기에식 밀맥주는 과일이나 향신료를 첨가하여 아로마와 쓴맛을 내는 데, White Rabbit Kinkan Wit는 일본의 금귤과 호주의 관목 향신료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うしとらブルワリー

브루워리 : 우시토라 부루와리, Ushi-Tora Brewing

맥주명 : 내몽래인(来夢来人)

스타일 : 사우어 애일(Sour Ale)

ABV : 5.5%


우시토라 브루워리는 후쿠시마 남쪽의 도치기 현에 있다. RateBeer에서 찾아보면 무려 238 종의 다양한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사우어 맥주는 상한 음료의 맛이라고도 하는데 정통 독일의 사우어 맥주를 마셔 보면 시큼하고 지독한 악취가 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우시토라 브루워리에서 만든 사우어 에일은 매우 마일드했다. 시큼한 라임을 한 입 크게 베어 물은 느낌이었는데 생각보다 마실만 했다.


(좌) Two Rabbits의 White Rabbit Kinkan Wit  (우)우시토라의 맥주, 사진출처 : 각 사 홈페이지



아이브루는 펍이라고는 하지만 모양새는 이자카야(いざかや, 居酒屋, 선술집)에 가까워 보인다. 가장 안쪽으로 테이블이 몇 개 있고, 주방을 둘러싼 ㄷ자 모양의 바가 있다. 나머지 한 면에 47종의 맥주 탭이 있다. 단체로 이용하기에는 다소 불편해 보인다. 월요일 휴일이 낀 3 연휴 전날인 금요일 밤에 갔었는데 바에 둘이 겨우 앉을 수 있었다. 맛있는 맥주를 얻는 대신 기름 냄새에 몹시 찌든 외투도 얻었다.


사진 출처 : google.com/ma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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