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해도, 하지 않아도 문제다. 알맞은 운동을 적당히 하는 것이 중요했다. 사회로 다시 복귀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체력을 기르는 것이었다. 학교 수업시간이 늦었을 때는 달려야 하고, 수업이 끝난 뒤에 스터디를 할 때도 있었다. 결국에 모든 것이 체력과 직결되었다. 불과 2년 전까지 병상에 누운 환자였던 나는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듯이 체력을 길렀다.
사실 체력을 중요시하여 틈틈이 운동한 것은 병원에 있을 때 부터였다. 컨디션이 괜찮으면 아무도 없는 병동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어떤 병원 휴게실 한쪽에는 실내 자전거가 비치되어있어 혼자 슬슬 탔다. 몸을 움직이면서 온갖 잡념을 떨칠 수도 있고,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동생으로부터 이식을 받고 퇴원을 한 후에는 집 근처의 산책로를 자주 걸었다. 동네까지 걸을 수 있는 체력이 되었고, 친구들과 야구팀을 만들어 집 앞 운동장에서 함께 러닝도 하고 수비와 캐치볼 연습도 했다. 하지만 얼마 뒤 글러브로 공을 잘못 잡아 엄지손가락이 미세하게 부러지는 일이 있었다. 야구를 할 때 가슴에 달린 히크만도 빼지 않은 상태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위험한 일이었던 것 같다. 야구공이 가슴에라도 잘못 맞는다면 큰 상처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손가락 부상은 다행히 수술할 정도는 아니어서 몇 주 후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 부상을 계기로 야구는 그만하기로 했다.
혈액수치가 안정적으로 접어들자 병원에 가서 히크만을 뺐다. 히크만을 장착할 때 고통이 너무 심해 이번에도 아플까 걱정을 많이 했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의 고통이었다. 몸에 달린 선들이 쑥 빠지자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며칠 뒤 가슴에 히크만을 빼낸 상처가 아물었고, 샤워나 운동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