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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준 Jan 09. 2023

45. 음악이 위대한 이유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중 제일 위대한 가치를 하나 꼽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음악은 무해하고 보편적이며 편안함을 준다. 이렇게 좋은 백신도 없을 것이다. 음악은 내가 병에 걸려 입원했을 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병원 복도에 있는 전자 피아노를 쳤고, 무균실 침대에 누워 음악을 들었으며, 집에서 쉴 때에는 통기타를 치며 혼자 노래를 불렀다. 운동을 통해 신체적인 건강을 단련시켰다면, 음악을 통해 정신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복학해서 학교를 다니던 중에 MBC 대학가요제가 열렸다. 대학가요제 무대에 서는 것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가요제에 참가하기 위해서 밴드를 만들었다. 군대에서 만난 친구, 학교에서 만난 후배들과 함께 의기투합 하였고, 매일 만나 연습실에서 합주 연습을 했다. 자작곡을 다듬어 방송국에 제출했고, 1차 합격이 되었다. 우리들은 들뜬 마음으로 2차 오디션을 보기 위해 방송국으로 향했다. 


 참가자들은 다들 개성이 넘치고 실력도 대단해 보였다. 긴 대기시간 끝에 우리 차례가 왔다. 오디션장에 들어가니 텅 빈 무대가 있었고, 넓은 객석 중앙에는 심사위원 4명이 앉아서 피곤한 얼굴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오디션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아니었고, MR에 맞추어 연주하는 척 하고 보컬만 실제로 노래를 불렀다. 한마디로 보컬의 목소리와 티브이에 비추어지는 밴드의 모습이 그럴싸한가 보는 심사였다. 세 시간 넘게 기다리느라 지칠대로 지쳐있었고, 심사위원 앞에 서니 생각보다 긴장이 되었다. 우리는 얼어붙어서 퍼포먼스를 펼쳤는데 노래의 1절이 끝나자마자 노래는 중단되었고, 쓸쓸하게 무대에서 내려왔다. 며칠 뒤에 나온 결과는 탈락이었다. 그 당시에 슈퍼스타 K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로 대학가요제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는데, 결국 참가했던 그 대학가요제를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이 폐지되었다. 최종 본선무대까지 오르지 못해 많이 아쉬웠지만, 멤버들과 연습하고 같이 보낸 시간은 좋은 추억이 되었다. 어쩌면 버킷리스트는 대학가요제의 빛나는 상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 *

 가요제에서 떨어진 이후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은 계속 되었다. 대학로에서 길거리 공연도 하고, 회사 동료들과 밴드 활동을 하며 친해졌다. 음악은 힘들 때 나를 위로해주고, 다른 사람들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이십 대에 음악이 없었다면 나는 외롭고 쓸쓸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음악은 치유 그 자체였다.

 가끔 우리는 고독할 때가 있다. 친구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24시간 내내 우리 옆에 있을 수는 없다. 설령 24시간 내내 같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마냥 즐겁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은 누군가가가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러니한 두 상황에 음악은 딱 맞는 퍼즐이라고 생각한다. 기타를 치거나,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는 것을 추천한다. 그것이 귀찮다면 이어폰을 끼고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도 좋을 것 같다. 


* 글에 담지 못한 이야기와 정보는 인스타그램에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instagram.com/ihave.to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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