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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Oct 09. 2015

진심이 만드는 오리지널

 Be original 오리지널이 되다




#9. 진심이 만드는 오리지널
: Be original 오리지널이 되다




"아... 이건 오리지널이다!" 가끔 이런 기분에 가슴이 벅차오를 때가 있다. 누군가의 노래나 연주를 들을 때, 어떤 음식을 먹을 때, 어떤 작가의 글을 읽을 때. 가끔 나도 모르게 속으로 "이건 진짜야!"하고 감격해 마지않는다. 모조품, 가짜라는 반대 뜻을 가진 사전적 의미의 오리지널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오리지널은 무언가 아주 진실한 느낌, 더 알맹이에 가까운 느낌, 더 본질 깊이 들어간 그런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예술을 접할 때 오리지널과 오리지널이 아닌 것으로 구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클래식에 거의 문외한 수준이지만 요즘 부쩍 피아노 연주를 많이 듣고 있는데, 왜 같은 곡을 연주해도 연주자마다 주는 감동이 이렇게나 천지차이인지에 대해 매우 신비로움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단지 연주 실력 때문이라면 더 이상 고민해볼 거리도 없겠지만 분명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 다른 요소가 있는 게 확실해 보였다. 그러다 최근에 음악회를 직접 찾아가 연주자들의 연주를 눈앞에서 감상할 기회가 있었는데 문득 그 비밀의 실마리를 찾은 느낌이 들었다. 오리지널이 왜 오리지널일 수 있는가에 대한 답. 나는 그것이 '진심'의 차이라고 확신했다. 


연주가 시작되면 연주자는 표정을 바꾸고 순간적으로 몰입한다. 자신이 연주하는 곡에 흠뻑 빠져서 감정의 깊고 깊은 핵심까지 내려간다. 얼마나 몰입되어, 얼마나 깊은 감정의 속까지 닿아, 얼마나 자신의 진심을 연주에 싣는지. 이것이 그 연주가 주는 감동을 크기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처럼 보였다. 무아지경 속에서 자신의 진심을 담아내는 연주자의 모습은 마치 홀로 다른 곳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찌푸려진 미간의 주름, 살짝 벌어진 입술, 건반이나 현을 터치하는 손가락 끝에서도 오리지널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연주가 주는 음악적 감동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연주자의 연주를 들을 땐 감동을 느끼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만약 귀가 들리지 않는다 해도 연주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저건 진짜야!"하고 오리지널을 구별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무언가에 몰입된 표정에는 진실함이 깃들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연주를 들을 때 눈을 감고 듣는다고 하지만 나는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연주자의 모습을 바라보고 싶다. 진실의 정수에 도착한 듯한 연주자의 표정. 무언가를 뼛속까지 느끼고 있는 듯한 무아지경의 얼굴과 춤을 추는 듯한 몸짓에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감동이 있다. 물론 내가 감동을 느끼지 못한 연주에도 연주자는 자신의 진심을 담았을 것이다. 단지 연주자와 나 사이에 교감이 이뤄지지 않은 운이 나쁜 경우겠거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말로 표현될 수 있는 표면적 이유가 있다면 그건 표정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진심이 담긴 연주와 무표정, 과연 이것이 성립 가능한 짝일까 싶다. 무아지경에 빠진 연주자의 얼굴이 무표정일 수는 없다고 개인적으로 믿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보면 악단 구성원들의 표정이 제각각이다. 어떤 연주자는 천상의 환희에 찼다가도 슬픔에 무너져내리는 표정을 하지만, 어떤 연주자는 일상이 지루한 사무보조원 같은 표정이다. 연주 실력이야 어떤지 몰라도 후자에게선 진심과 감동이 좀처럼 느껴지지가 않았다.   


매 순간 깊은 진심을 담아 연주한다고 여겨지는 피아니스트가 있다. 사실 '진심'이란 키워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계기가 그 피아니스트의 글을 보고서다. 자신이 작가는 아니지만 글을 쓸 때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 이유가 단순히 글을 더 잘 쓰고 싶어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진심이 담긴 글을 쓰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며, 자신의 현재 감정을 거스르는 글은 진심이 아니기에 쓰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오리지널'을 잘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어떠한 다른 일에 임할 때에도 진심을 담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기본적 태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말도 다르지 않겠다. 오직 진심만이 만들어내는 오리지널. 그 고유의 아우라는 우리가 하는 말 속에도 깃들 수가 있다.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그 어떤 진실해 보이는 단어들 조차도 그 안에 진심이 담기지 않는 이상 그것은 모조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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