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1. soul
#13. 어쩔 수 없는 건, 매력
: + chapter1. soul
매력이란 도무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무섭다. '이렇게만 하면 당신도 스피치의 달인이 될 수 있다!'고 외치는 수많은 스피치 책을 단번에 무력화시키는, 매력이란 그런 것이다. 내가 위풍당당한 스피치 '코칭북' 대신 이렇게 고민 많은 얼굴의 스피치 '에세이'를 쓰는 이유도 매력이란 변수를 무시할 수 없어서다. 발성, 발음, 내용, 메시지, 표정까지 완벽한 스피치를 해도 사람 자체의 매력이 없으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것을 나는 수없이 목격해왔다. 과연 스피치를 잘 하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 진정으로 독자에게 남는 일인지 거듭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영혼의 깊이, 마음의 평온, 감정의 감동, 인간성 등 스피치와 동떨어져 보이는 주제들로 챕터를 꾸리고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달변가보다 매력가가 되는 게 말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더 매력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 그런 제안을 하는 일과 그러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솔선하여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는 일. 이것만이 내가 이 책에서 할 수 있는 전부이고 최선이다.
이미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스피치 자체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다. 말 잘하는 사람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말을 잘 못해도, 그 사람 말이라면 귀 기울여 듣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사람이 좋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에게 끌린다. 말처럼 귀로 들리진 않아도, 인격이라는 무언의 음성을 들려주는 사람에게 끌린다. 그런 사람과의 대화라면 말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별 시답지 않은 말들이라도 풍요로운 음악처럼 나의 영혼에 흐를 것이다.
여기서 잠깐! 영혼이나 인격 같은, 무슨 말인지는 알겠으나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 그런 추상적인 단어 말고, 그래서 매력 있는 사람이 대체 어떤 사람이냐고 내게 묻는다면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답하고 싶다. "나다운 사람이 매력적인 사람이다." 9년 동안 동호회에 참석하며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고 내린 결론이다. 아무리 발표를 잘 해도 그가 하는 말이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담아낸 것이 아니라면 그의 말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줄 아는 사람, 나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조용한 가운데서도 언제나 당당한 기운에 넘친다. 그런 기운이 바로 매력이다. 자신감이란 표현도 얼추 들어맞겠다. 나답게 산다는 건 자신의 결점까지도 받아들이고 어떤 순간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믿고 있다. 자신의 잘난 것을 드러내는 게 자신감이 아니라, 자신의 못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게 자신감이라고. 그게 진짜 나다운 거라고.
어쩔 수가 없는 게 매력이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밖에 말할 도리가 없다. 말이 곧 인격이고, 말이 곧 그 사람이라면 더 나은 인격을 갖고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말을 잘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저 사람 말은 참 좋아"하고 누군가를 칭찬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참 좋다는 소리다. 그의 말발이 좋다는 게 아니라 그의 인격이 마음에 든다는 소리다. 진짜 무서운 건 말발이 아니라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