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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의 강아지

by 손화신



오륙도 모퉁이

나는 인적이 드문 선착장에 한참을 앉았었다

배가 오랫동안 서 있다 떠났고

관광객을 태운 택시는 오자마자 떠났다

많은 떠나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바다 곁에 머물렀다


기어이 해도 바다 위를 떠났고

이제 그만 나도 바다를 떠날 시간이었다

낮은 언덕을 걸어올라왔다


언덕 끄트머리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바다를 내려다보며 앉아있었다

언제고 그랬다는 듯 침묵과 함께였다

도대체 얼마나 오래 저렇게 머물렀을까

그 모습이 꼭 내 소중한 사 같았다

터미널에서 나를 배웅하고 떠나는 어머니의 뒷모습도 저런 그리움의 모습이었다


모든 머물러있는

모든 그리워하는 것

그것들의 뒷모습은 이리도 아득히 비슷한가보다

강아지도 사람도 바다도 나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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