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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Jul 26. 2016

장범준, 사랑의 열병 앓이



[현장]
2016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
열정 제대로 불태운 사랑꾼 장범준




다짜고짜 말하자면, 장범준의 재발견이었다. 장범준이 이렇게 열정적인 청년이었던가? 장범준은 뜨겁다 못해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로 가득했다. 그가 뜨겁지 않을 거란 건 기자의 편견이었나 보다. 아마도 MBC <무한도전>에 출연했을 때 그가 했던 말 때문이었으리라. "왜 방송출연을 안 하느냐"는 박명수의 질문에 "방송에 나가지 않아도 음원 수입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굳이 나갈 이유가 없더라"고 솔직하게 답하던 그 말이 어찌나 인상 깊던지.


하지만 24일 오후 '2016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아래 밸리록)에서 본 장범준은 단 한 번의 무대가 간절한 가수 지망생처럼 열심이었다. 쉬지 않고 뛰는데, 저러다가 더운데 탈진하지 않을까 보는 사람이 다 염려될 정도였다. 밸리록의 다른 가수들에 비해 멘트도 현저히 적었다. 최소한의 말만 하고 50분을 음악으로 꽉꽉 채워 달렸다. 심지어 한 곡이 끝나고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 쉼을 두지도 않았다. 한 곡처럼 연결되면서 몰입을 유지한 채 내몰아쳤다.


"배드민턴 치자고 꼬셔 / 커피 한 잔 하자고 불러 / 동네 한 번 걷자고 꼬셔 / 넌 한 번도 그래 안 된다는 말이 없었지 / 꽃송이가 꽃송이가 그래 그래 피었네 / 꽃송이가 꽃송이가 그 꽃 한 송이가 그래 그래 피었구나"


'꽃송이가'를 부르자 관객 호응은 더 뜨거워졌다. 장범준이 배드민턴 치는 동작을 가볍게 툭 할 때마다 관객은 그대로 따라하며 가사 속 장면으로 함께 빠져들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30분쯤 지나자 장범준의 목소리가 쉬었다. "제가 저음에서 목이 쉬는 가수는 아닌데"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목을 조금도 아끼지 않았다. 주어진 공연 시간이 다 되어가자 "(다음 스테이지인) 국카스텐 선배님들 보러 가셔야죠"라며 관객의 마음을 꿰뚫는(?) 말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는 마지막 곡을 부르겠다고 했다.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한 곡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관객들은 기다린 듯 환호했다. 잠시의 침묵 후 모두가 예상했듯 '벚꽃엔딩'이 시작됐다. 장범준은 "사랑하는 지산 사람들이 많군요, 알 수 없는 지산 사람들이 많아요, 흩날리는 지산 사람들이 많군요 좋아요"라며 노래 일부를 개사해 부르며 관객을 향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가식도 없었다. 마지막 곡이었던 '벚꽃엔딩'이 끝나자 관객이 앙코르를 외치기도 전에 "(국카스텐의 무대로) 가시는 길에 BGM(배경음악)을 깔아주겠다"며 앙코르 곡으로 '여수밤바다'를 불렀다. 그의 말처럼 '여수밤바다'를 BGM 삼아 빅 탑 스테이지로 향하는 관객도 많았지만, '여수밤바다'의 낭만을 깊이 만끽하고자 무대 앞으로 모이는 관객 또한 많았다.  


"여수 밤바다 이 바람에 걸린 알 수 없는 향기가 있어 / 네게 전해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 아아아"


장범준의 노래를 라이브로 듣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 번에 연속으로 쭉 듣는 것도 처음이었다. 처음 경험한 감상을 요약하자면, 장범준의 노래에는 한 마디로 표현 가능한 장범준 만의 감성이 있다는 것이다. 장범준의 노래에는 '사랑의 열병을 앓는 청년의 모습'이 진하게 담겨있다. 그가 50분 동안 부른 모든 노래에서, 사랑의 열기에 들떠 어쩔 줄 몰라하는 한 청년의 터져버릴 것 같은 마음이 있었다. 장범준의 노래는 그래서, 의외로 봄보다 여름에 듣기 더 좋다는 결론도 내려보았다.



최종업데이트 16.07.2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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