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화신 Sep 11. 2015

용서라는 큰 그림

나의 나약함이 당신의 나약함을 이해합니다




인간의 나약함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 톨스토이






#13. 용서라는 큰 그림
: 나의 나약함이 당신의 나약함을 이해합니다



지인 중에 행복전도사가 한 분 계시다. 거짓말이 아니다. 만나면 무조건 행복을 전도받는다. 소외된 곳을 찾아다니며 봉사하는 삶을 사는 멋진 여성이다. Peace 챕터의 마지막 글은 그녀의 용서와 화해 이야기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그녀는 총명하고 심성 고운 한 초등학생 남자 아이를 유심히 지켜봐왔다. 어느 날 그 아이가 칠판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우연히 봤는데 폭력성이 짙은 끔찍한 그림이었다. 깜짝 놀란 그녀는 내심 걱정이 됐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아이의 어머니와 성적 이야기로 통화를 하던 차에 조심스럽게 그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돌아왔다. 노발대발한 아이 엄마는 ‘내 아들을 어떻게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독설을 퍼부었고, 그녀도 확 꼭지가 돌았다. 수화기 너머로 오간 격렬한 다툼은 급기야는 오프라인으로 이어져 얼굴을 대면한 더 격렬한 싸움으로 번졌다. 서로의 가슴에 큰 못 하나씩을 박은 날이었다.


8년 후. 그녀는 8년 동안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건강문제 등 평생 겪을 시련이 한꺼번에 찾아오면서 인생 전체가 흔들렸고 그 계기로 삶에 대한 가치관을 모두 바꾸고 행복전도사의 길을 걷는다. 그녀는 8년 동안 늘 찝찝함으로 남아있던 아이 엄마와의 매듭을 풀고 싶었다. 결혼을 하고 보니 그때 아이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됐던 거다. 아이 엄마는 워킹맘이었다. 다른 엄마들만큼 아이에게 신경을 못 쓰는 죄책감과 열등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했구나, 후회됐다. 비로소 아이 엄마를 마음으로 용서할 수 있었고 또 용서받고 싶었다.  


8년 만에 전화를 걸었다. 부재중이었다. 순간 그녀는 엄청난 안도감을 느꼈다. 내심 한 편으로는 전화를 안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으니까. 몇 분 후 아이 엄마로부터 문자가 왔고 그녀는 왜 전화를 했는지 긴 문자로 설명했다. 용서를 비는 문자 끝엔 만나 뵙고 못다 한 사과를 마저 전하고 싶다고 적었다. 아이 엄마는 사과는 받겠지만 만나는 건 하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다. 그녀는 집필 중인 행복에 관한 저서에 아이 엄마에게 못다 한 사과의 말을 적었다. 책이 출판된 날, 그녀는 아이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 사과의 글을 책에 싣게 되었으니 기회가 되면 읽어주셨으면 좋겠노라고 말했다. 몇 주 후, 아이 엄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 우리 만나요." 


책을 읽고 그녀의 진심 어린 사과에 감동한 아이 엄마가 자신도 용서를 빌고자 만나자고 한 것이다. 8년 만에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았다. 그리고 서로의 가슴에 박은 못을 직접 뽑아주었다. 그리고는 친구의 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요즘도 가끔 만나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수다를 떠는 좋은 친구사이다.   


그녀의 용서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그녀가 그린 용서라는 '큰 그림'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용서는 '나약함'이라는 붓으로 그리는 큰 그림이다. 이 붓이 없을 땐 상대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화만 날 뿐이지만 자신의 나약함에 눈을 뜨고 겸손해질 때, 상대의 행동 역시 악함보다는 나약함이었단 걸 알게 된다. 나의 나약함이 상대의 나약함을 이해하는 것. 용서라는 큰 그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미 도착한 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