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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Sep 11. 2015

E:energy 힘 있는 말

chapter 3




#1. E:energy 힘 있는 말
 [chapter 3] 

10년 후의 나를 울릴 말



미술관 옆 카페에서 그녀가 말했다. 어떤 작품은 지금이 아니라 10년 후에 더 마음에 와 닿는다고. 미술관에서 바라볼 때는 별다른 감흥이 없어도 미술관 밖을 나와서 살아가는 나날들 속에 문득문득 생각나는 작품이 있다고. 그리고 그 작품이 10년 후 어느 날의 내게 큰 위로를 줄 때가 올 거라고. 그땐 몰랐지만 이제는 안다. 그녀 말이 옳았다는 것을. 


9년 전 그날 그녀가 내게 보여준 작품이 꼭 그랬다.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었다. 볼 때는 이게 뭔가 싶은 단순한 빛으로 만든 설치미술이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3년 후, 또 7년 후 그렇게 세월 속에서 나는 문득 그 파란 빛의 방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녀 아니 그러니까 설치미술 작가였던 그 '미술의 이해' 교수님은 우리 학생들을 비 내리던 토요일, 평창동 미술관에 데리고 가서는 힘 있는 작품에 대해 말해준 것 같다.     


'힘 있는 말'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니 그 교수님이 떠올랐던 거다. 10년 후에 더 감동적인 작품처럼 10년 후에 더 와 닿는 말. 나는 그런 말이 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가슴속에 오래된 말 하나쯤은 간직하고 산다. 어떤 말은 20년, 50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마음의 별이 되어 나의 길을 비추어 줄 것이다. 그런 힘 있는 말을 내게 해 준 그 사람 역시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그 교수님을 9년이 지나도록 기억하고 있는 것도 그날 그녀가 했던 말이 힘 있는 말이었기 때문일 테다. 


오늘 내가 뱉은 한 마디의 말이 누군가의 10년의 곁을 지켜준다면. 오늘 내가 들은 누군가의 한 마디가 그냥 흩어져버릴 바람이 아니라 비와 눈을 막아줄 10년의 아름드리나무가 되어준다면. 나는 참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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