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하는' 이효리,
'시킬 건 시키는' 이효리
[기획] 스타에서 아이콘으로, 이효리의 '선택'을 지켜보며
이효리의 힘은 여전했다. 앨범 발매 소식에 가요계는 컴백일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웠고, 지난 17일 그가 게스트로 출연한 MBC <무한도전>은 12.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주 10.9%의 시청률에서 상승한 수치다. 오는 25일 오후 처음 방송하는 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 예고편을 본 시청자들은 빨리 방송을 보고 싶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원하는 삶을 스스로 선택하다
오랜 공백에도 '이효리 파워'가 줄어들지 않은 비결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가 '스타'이기보단 '아이콘'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스타로서의 '인기'는 오락가락해도 트렌드를 선도하는 아이콘으로서의 '영향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청순한 걸그룹에서 섹시 솔로 가수로, 스타에서 소길댁으로. 그는 대중의 시선에 갇히는 대신 매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해왔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1998년 1집 < Blue Rain >을 발표하며 핑클로 데뷔한 이효리는 신비롭고 청순한 걸그룹 멤버로 예쁜 모습만을 주로 보여왔다. 이효리는 2003년 솔로로 데뷔하며 완전히 변신했다. '텐미닛' 열풍이었다. 이효리는 당당함과 섹시한 매력을 어필하며 개별적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유고걸'과 '치티치티뱅뱅'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여성 솔로 가수로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했다.
이효리의 모습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그가 다른 여자 연예인들과 부류를 달리하는 가장 결정적 지점은 '털털함'이었다.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 <패밀리가 떴다> 등에서 보여준 본래 자신의 자연스럽고 소탈한 모습은 청순한 이효리, 섹시한 이효리라는 틀 마저 깨부수며 '인간 이효리'로 거듭나게 했다. 특히 엠넷 <오프 더 레코드>를 통해 스타라는 빛 뒤에 감춰진 그림자와 아픔을 솔직하게 공개해, 다가가기 힘든 스타에서 평범한 인간으로 대중에 가까이 다가갔다.
스타의 삶 접고 소길댁으로
결혼과 제주도의 삶은 이효리를 '스타'의 범주에서 벗어나게 하는 결정적 계기였다. 롤러코스터에서 기타를 치는 이상순과 결혼하여 제주도에 정착, 이효리는 스타로서의 화려한 서울 생활 대신 소박한 일상을 꾸리기 시작했다. 이 부부가 선택한 스몰웨딩은 이효리가 추구하는 것들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었다. 사회적 관습과 허례허식을 거부한 이 선택은 아이콘다운 행보의 대표적 에피소드였고, 이후 원빈-이나영 부부 등으로 스몰웨딩 분위기가 이어졌다.
개인 블로그를 통해 이효리는 자신을 소길댁이라 칭했다. 직접 콩과 채소를 키우고 자연주의 삶을 꾸렸다. 그가 채식한다고 했을 때도, 유기견을 돌본다고 했을 때도 대중은 '허세'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그런 소신이 지속적이고 일관된 모습을 보이자 대중은 점점 그의 행보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이젠 그로부터 더 나은 삶을 위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받기도 한다.
지금도 제주도에 살고 있는 이효리는 <무한도전> 에 출연해 수준급 요가를 보여주기도 했다. 마음수련을 위해 요가에 집중한다고 하니, 이제 그런 이효리의 모습에 대중은 놀라기보다 '이효리답다'는 반응이다.
할 말 하는 언니
작년 최순실 게이트로 비롯된 촛불 집회에서 이효리는 전인권-이승환과 힘을 합쳐 국민 위로송 '길가에 버려지다'를 무료 배포했다. 대중에 오래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가 그런 행보를 보이자 사람들은 호응을 보냈다. 전부터 사회문제에 대한 발언을 이어왔고 소신을 지켜왔기 때문에 가능한 반응이었다.
일례로 지난 2014년 12월 이효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쌍용에서 출시되는 신차 티볼리가 많이 팔려 해고되었던 분들도 다시 복직되면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티볼리 앞에서 비키니 입고 춤이라도 추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2015년 1월, 이를 계기로 쌍용자동차 직원들이 '이효리도 춤추게 하는 티볼리'라는 문구로 마케팅하자 이효리는 "아직 춤 안 췄다. 이놈들아"란 글을 제시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할 말은 따끔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는 남편 이상순과, 제주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을 담을 예정이다. 예고편을 보면, 후배 가수 아이유가 민박집 직원으로 오자 반가워하면서도 '시킬 건 시키는' 이효리다운 대접으로 눈길을 끌었다. 대세 아이유를 이렇듯 자연스럽게 부려먹을 수 있는 선배가 있다는 것, '스타 아이유'를 '인간 아이유'로 대하는 예능인이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이런 게 이효리의 힘이다.
이제는 다시 가수다. 이효리는 김설진 안무가와 함께 <무한도전>에 출연해 음악과 현대무용을 결합한 새로운 장르를 보여줄 것을 예고했다. 오는 7월 4일 발매되는 이효리의 새 정규앨범에는 자작곡도 다수 수록된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SNS나 예능을 통해서 만이 아닌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모습이다. 이효리는 이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지금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계속 던지는 듯하다. 더불어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 역시 똑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이것이 이효리가 스타보다 '아이콘'에 가까워진 또 다른 비결일 것이다.
기사입력 17.06.2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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