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컴백홈',
서태지가 그린 '위로'의 반경 넓히다
[이끼녀 리뷰]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방황의 '여정'을 응원하며
"나를 완성하겠어"
노래에는 이상한 힘이 있어서 멜로디 하나가 종일 머릿속에서 맴돌기도 하고, 가사의 한 구절이 혀끝에 붙어 떨어지지 않기도 한다. 어릴 때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을 그리 즐겨 듣지도 않았고 '난 알아요'보다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컴백홈'의 짧은 구절 하나가 지금까지도 불쑥불쑥 떠올라 참 희한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완성하겠어"란 일곱 글자는 아무튼 내게 묘한 구절이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4일 '컴백홈' 리메이크 음원을 발표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지난 1995년에 발표한 곡이니 22년이나 지난 노래다. 방탄소년단 버전의 '컴백홈'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는 이 노래가 불안한 모두를 위한 '위로곡'이었단 걸 깨닫고 이제야 전율을 느꼈다. 사실 난 '컴백홈'을 10대 청소년을 위한 '가출학생 설득송' 정도로 여겨왔는데, 아마 'home'을 실제적인 집 혹은 가정이라고 한정해서 그런 것 같다.
'home'을 각자의 마음속에서 있는 상징적인 장소로 생각하니 노래는 완전히 달리 들렸고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내 마음속의 '옳은 길', 따라가 할 '빛'이 home이 아닐까. 누구나 살다보면 이 home을 벗어날 때가 있다. home을 벗어나고 돌아오고, 다시 벗어나고 돌아오고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운전을 하다가 차선을 벗어나면 다시 차선 안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걸 자신이 가장 먼저 알듯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불안해도 마음속에 있는 home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완성시켜야 한다. '컴백홈'은 그런 노래였다. "나를 완성하겠어"란 가사가 삶의 불안한 순간마다 늘 내 앞에 나타난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다.
불안한 모두를 위한 '위로곡'
방탄소년단의 '컴백홈'은 저마다의 마음속 home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응원하는 곡이다. 이번 리메이크 버전은 기존에 없던 가사로 시작되는데, "CUZ I'M COMIN BACK HOME"이란 구절이다. 서태지의 원곡에선 "다시 하나의 생명이 태어났고/ 또다시 부모의 제압은 시작됐지/ 내겐 사랑이 전혀 없는 것/ 내 힘겨운 눈물이 말라버렸지" 하고 '가출'을 연상시키는 직접적인 가사가 있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 버전에는 이 부분이 빠지고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포괄적인 가사로 바뀌었다. 서태지가 그린 위로의 반경이 리메이크 버전에서 더 넓어진 것이다.
뮤직비디오 역시, 서태지 원곡은 가출청소년을 직접 그렸지만 방탄소년단은 다양한 연령대, 저마다의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그렸다. 뮤비 도입부,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숲길을 걸어간다. 눈빛에서 극심한 불안감이 느껴진다. 숲길이 뒤집어지고, 남자는 모자를 뒤집어쓰고 어디론가 위태롭게 계속 걸어간다. 책상 앞에 앉은 학생은 떠오르는 다른 생각에 절망하고, 직장을 구하려는 청년은 반복되는 낙방에 수험표를 불태운다. 사무실의 한 남자는 근심에 사로잡혀 괴로워한다.
검은 옷의 남자가 계속 길을 걸으며 철장을 부수거나 터널을 달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멈춰 얼굴을 감싸고 울고 만다. 남자는 지하철역에서 잠시 앉아 쉬다가, 또 걷는다. 다리 위를 걸어가면서 그의 표정은 조금씩 단단해진다. 스스로 출구를 찾아가는 내면의 변화가 미세하게 얼굴 위에 드러난다. 구타당하던 남자는 뛰쳐나오고 약통은 불태워지는 등 여러 장면이 교차되고 결국 검은 옷의 남자는 어딘가에 도착해 멈춘다. 이때 클로즈업된 남자의 표정이 압권이다. 남자의 눈빛이 처음과 완전히 달라졌는데, 내면의 home으로 돌아온 게 분명해 보였다.
서태지는 시대를 앞서간 독보적인 가수다. 지금 들어도 '컴백홈'은 세련됐는데 이런 노래를 무려 22년 전에 만들어 발표한 건 놀라운 일이다. 방탄소년단은 독보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그룹이다. 또한 <화양연화> 연작 등으로 꾸준히 '청춘'을 응원해왔다. 이들은 서태지의 '컴백홈'에 랩을 더해 현대적인 느낌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들은 오는 9월 2일 열리는 서태지 25주년 콘서트에서 선후배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사입력 17.07.0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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