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아 미니앨범 발표...
유희열 "성적은 신경 쓰지 마"
[현장] 팝재즈 진수 보여준 이진아 미니앨범 < RANDOM > 발매 쇼케이스
싱어송라이터 이진아가 자신의 주특기인 팝재즈의 맛을 오롯이 담아낸 앨범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6월 '진아식당' 첫 번째 메뉴 '애피타이저(Appetizer)' 발매 이후 1년 1개월 만이다.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이번 앨범은 이진아가 홀로 작사-작곡-편곡-프로듀싱까지 도맡아 했다는 것. < K팝스타>를 통해 이미 곡 만드는 실력과 피아노 실력 등을 인정받았기에, 셀프 프로듀싱으로 만들어진 이번 앨범은 놀라움보다는 당연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20일 오전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이진아의 미니앨범 < RANDOM >(랜덤) 쇼케이스에 다녀왔다.
'랜덤', 편견 없애고자 하는 메시지 담아
이번은 '메인메뉴'인 만큼 앨범에는 7곡이 담겼다. '계단', 'RANDOM', '별 것도 아닌 일', 'Everyday', '어디서부터', '밤, 바다, 여행', '오늘을 찾아요' 전곡 모두 이진아만의 색깔이 듬뿍 담겼다. 타이틀곡은 'RANDOM'이며 앨범명도 동일하다. 이렇게 이름 지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랜덤'은 편견을 버리고 싶어서 만든 노래다. 어느 날 랜덤으로 노래를 들었는데 평소에 별로 좋아하지 않던 노래가 좋게 들리는 경험을 했다. 기대하지 않던 것이 새롭게 느껴지더라. 노래도 제목과 아티스트를 알고 들으면 편견을 가질 수 있지만 랜덤으로 들으면 편견을 버릴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음악뿐 아니라 다른 데서도 편견을 없애고 싶어서 만들게 됐다."
이진아는 본인이 편견을 갖고 무언가를 보거나, 반대로 타인으로부터 편견 어린 시선을 받았을 때를 생각하며 확실한 메시지를 담은 타이틀곡을 만들었다. 그는 "7곡 모두 다른 색깔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편견 없이 랜덤으로 제 앨범도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부탁했다. '이진아 목소리'가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로 뜬다는 MC의 말에 그는 "목소리 때문에 노래가 다 비슷하게 들릴까봐 곡마다 새로운 코드 등 다양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곡별로 새로운 색깔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아는 수록곡 중 '계단'을 이날 쇼케이스에서 첫 무대로 들려줬다. 계단을 연상케 하는 피아노 연주가 압권이었다. 타이틀곡 '랜덤'의 무대도 선보였다. 이진아는 이 곡에 대한 설명으로 "노래 한 곡 안에 랜덤 형식으로 여러 가지를 담았다"며 "처음에는 왈츠로 시작해서 모던재즈처럼 웅장하고 재밌는 멜로디가 나오고, 후렴부분은 다시 팝으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음을 고를 때도 랜덤으로 골라서 만들었다"며 "유일하게 제 노래들 중 춤을 출 수 있는 빠른 곡"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진아는 "앨범이 만들어지기까지 유희열 대표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고, 이번 앨범에서는 제가 스스로 할 수 있게 묵묵히 지켜봐주셨다"며 감사를 전했다.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그 시행착오들 덕분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주저함 없이 "이번 앨범에 되게 에너지를 많이 썼고, 그래서 조금도 후회가 없는 앨범"이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희열의 묵묵한 지원
이날 객석 뒤편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이진아의 쇼케이스를 지켜보던 유희열이 MC의 부탁에 무대에 올랐다. 그는 "진아양의 앨범 발표가 제 앨범 때보다 더 떨리고 긴장된다"며 "이번 앨범은 진아양이 온전히 자기 힘으로 했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지난번에는 처음 만났기 때문에 이 친구에게 뭘 어떻게 해줘야할까만 고민했는데, 프로듀서로서 저보다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번에는 혼자 하도록 했다. 도움이 필요 없는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역시 혼자서도 잘 하더라. 제가 진아양 오디션 때 첫 무대에서 피아노 연주하는 걸 보고 너무 놀라서 "꿈꿔왔던 뮤지션의 실체를 눈앞에서 봤다"란 말을 했는데 이 말은 아직 유효하다. 진아양은 새로운 세대의 '팝재즈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유희열)
이어 유희열은 "진아양이 책임감 강한 성격인데 저한테 말 못 하는 것들, 예를 들면 "아... 이렇게 돈 많이 써도 돼요?" 하는 물음도 주변에 던진 것 같더라"며 "계속 말하지만 성적 신경 쓰지 말길 바란다. 음악을 잘 하면 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유희열은 "음반도 하나의 결과물이지만 이진아는 공연장에서 진가가 발휘된다고 생각한다"며 "피아노가 춤을 추는 친구이기 때문에 재즈 어법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은 공연장이고, 이진아가 다른 곳보다 무대 위에서 가장 힘을 발휘하는 뮤지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테나뮤직 대표 유희열은 소속사의 다른 아티스트들의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 K팝스타5 > 우승자인 이수정은 외국에서 대학교 학기가 막 끝나서 귀국해 앨범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예정이며, 샘김도 다음 앨범 작업에 한창이다. 이어 "정승환군도 매일 밤마다 제게 이상한 제목으로 자신이 만든 노래들을 보내고 있고, 루시드폴은 제주도에서 열심히 앨범작업과 귤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재형도 곡 작업 중이며, 유희열 본인이 속한 토이도 곡을 만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안테나 레이블 전체 뮤지션이 LA, 뉴욕 등에서 투어 공연을 한다며 "죽음의 합주를 기대하라"고 선포하기도 했다.
유희열은 안테나의 수장으로서 "(소속 뮤지션들로 하여금) 자신이 잘 하는 걸 더 잘하게 하고 싶고, 그 사람의 빛을 계속 찾아내서 그걸 드러내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진아) 본인은 순위에 신경 안 썼으면 좋겠고, 저희들(회사측)은 순위에 굉장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유희열은, 앞서 이진아가 <무한도전> 가요제에 출연해 유재석과 함께 재즈풍의 음악을 컬래버레이션 해보고 싶다고 한 말에 대해서 "유재석은 재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해 연이은 웃음을 유발했다.
성숙한 인간 되고 싶어
이진아는 이번 앨범의 수록곡 중 '어디서부터'란 노래에 가장 애착이 간다고 밝혔다. 힘들 때 만든 곡이기 때문이다.
"저는 되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성숙해지고 싶은데, 그렇게 살 수 없는 저의 부족함을 느낀다. 아직도 어리고 철이 없고,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 하고 느끼면서 '난 왜 이럴까'라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남들에게 편하게 대하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고, 그게 왜 그런지 잘 모르겠는 마음을 이 곡에 담았다."
이진아는 오는 29일 오후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제대로 단독 콘서트를 해보는 건 처음인데 너무 기쁘다"는 이진아는 "피아노를 열심히 해서 좋은 연주와 좋은 노래 들려주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진아의 목표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그는 "(음악적으로) 많이 배우고 싶다는 1차적 목표는 이번 앨범을 통해 이룬 것 같고, 큰 목표는 보시는 분들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기사입력 17.07.2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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