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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Feb 13. 2018

<슈가맨> 촬영장에서 느낀 것





[프로그램 제작 현장을 가다]
공감과 뭉클함 공존한
JTBC <슈가맨2> 촬영장





"표정이 안 좋으면 방송 보시면서 '내가 왜 저랬지' 싶을 거예요. 근데 아마 즐거워서 웃게 되실 거예요."


<슈가맨2> 윤현준 책임 프로듀서는 방청객에 '웃어 달라'는 강요 대신 '자연스럽게 웃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전했다. 오후 1시 녹화가 시작되기 10분 전, 윤현준 CP는 직접 무대에 올라 10~40대 세대별 방청객에 "즐겨 달라" 말했다. 


매주 수요일 낮,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는 JTBC 예능 <슈가맨2>의 녹화가 진행된다. 6시간이 소요되는 긴 여정이지만 '자연스러운 웃음'은 끝날 때까지 유지됐다. 지난달 31일, 일산의 스튜디오를 찾아 <슈가맨2> 5회 녹화현장을 스케치했다.   


스탠바이... 제작진의 '열일' 


ⓒ JTBC


ⓒ JTBC


"맞으면 켜놓고 있으면 되고 틀리면 끄면 되니까요. 틀렸다고 혼내는 거 아니니까 자유롭게 도전해주세요." 


"저기 불에 문제가 있나 봐요. 불이 안 꺼지나 본데 저희가 가서 봐드릴게요."


무대 뒤에서 MC와 출연자들이 준비에 한창일 때, 무대 앞의 방청객 역시 녹화 준비에 한창이었다. <슈가맨2>에선 세대별 방청객 역시 출연자고 주인공이란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만큼 제작진의 일이 많았다. 윤현준 CP는 "진행 욕심이 많다"는 MC 유희열의 짓궂은 놀림에도 아랑곳없이 사전 진행을 이어갔다.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들어오시기 전에 서약서 쓰셨죠? 오늘 여러분이 현장을 보고 가시면 슈가맨이 누군지 아시겠지만 방송을 보시는 분들은 보면서 맞히셔야 하잖아요. 스포하시면 보는 사람이 재미가 없을 테니 부탁드릴게요."


방청객에게 말 걸어 편안한 분위기 만들기, 당부사항 전달하기, 문제 있는 불 손보기... 녹화 전 해야 할 제작진의 일거리가 많지만 그중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노래 퀴즈내기'였다. 윤현준 CP는 방청객에 리허설 격으로 옛날 노래 몇 곡을 들려줬다. "저희가 지금부터 몇 곡 들려드릴 텐데 '이 곡 안다' 싶으면 불을 켜 주세요." 윤CP의 안내 후 곳곳에서 불이 켜졌고 두 명의 다른 제작진이 분주하게 불의 수를 노트에 기록했다.


'노래 알아맞히기'는 제작진이 무대를 세팅하는 녹화 중간에도 짬짬이 계속됐다. 녹화 후 나눈 윤 CP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사전정보가 있으면 (다음 회를) 구성하기 편하니까 참고자료로 쓰기 위한 조사"라고 설명했다. 


MC 군단의 찰떡호흡 


ⓒ JTBC


ⓒ JTBC


준비가 끝나고 '탁' 하는 슬레이트 소리가 들리자 MC들이 등장했다. 유재석, 유희열, 박나래, 조이가 자리에 앉자 녹화는 지체 없이 진행됐다. 'Two You 프로젝트'답게 유재석 유희열의 주고받는 호흡이 돋보였다. NG가 나서 끊어 간다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유희열씨도 슈가맨 아니세요?" (유재석)

"토이도 언제 한 번 불러주시면..." (유희열)


티격태격 주고받는 농담들 덕분에 녹화장 분위기는 가라앉을 새 없었다. 이날 쇼맨으로 아이콘과 정세운·소유가 등장했는데, 인상 깊었던 건 이들 연예인 출연진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방청객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방송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세대별 방청객의 목소리를 담는 데 할애됐다. 이 대화들이 정말 재미있었는데 방송으로 많이 편집돼 아쉬웠다.  


"두 분은 어떻게 만나셨어요?" (유희열)

"제가 가게를 운영할 때 만났고요. 아내는 근처 가게 아르바이트생이었고요. 제가 꼬셨죠." (남성 방청객) 

"아... 그렇군요. 어떻게요?" (유희열)


"그렇군요" 다음에 "어떻게요?"란 말이 이어질지 상상도 못 한 객석에서 순간 웃음 폭탄이 터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훈훈 모드'로 넘어갔다. 


"그럼 오늘 슈가맨은 누가 신청하셨어요?" (유희열)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려고 제가 신청했어요." (남성 방청객)

"캬... 이거예요. 이게 <슈가맨>의 힘이에요." (유희열)


감동 코드로 넘어가며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인터뷰에 방청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유재석의 재치도 만만치 않았다. 빨간 옷을 입은 40대 여성 방청객이 그에게 팬이라고 고백했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와 인터뷰를 끝낸 유재석은 돌아서며 갑자기 한 마디를 날렸다.  


"잘자요."


느끼한 눈빛으로 던져진 생뚱맞은 인사에 또 한 번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소소한 '잔재미'를 살리는 진행이 일품이었다. 두 MC는 이렇듯 웃음코드를 잃지 않으면서 방청객의 '사는 이야기'에 많은 시간 귀 기울였다.


방청객을 살갑게 챙기는 것도 MC들의 몫이었다. 쉬는 시간, 유희열은 "덥진 않으세요?" 하고 방청객에 물으며 "저는 아까 인터뷰 때문에 계단 오르락내리락하는데 내복을 입어서인지 땀이 나더라"며 소소한 이야기로 말을 걸어왔다. 녹화 후반부, 4명의 MC는 "저희 다 찍으세요"하며 방청객이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윤현준 CP는 인터뷰에서 "일반인에게 친화력 있게 접근할 수 있는 MC가 몇 안 되는데, 유재석 유희열은 그분들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어색하지 않게 만든다"며 극찬했다. "슈가맨들도 오랜만에 방송에 출연하는 거라 어색한 게 많은데 그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긴다는 게 대단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슈가맨2>의 핵심 키워드... '새로움'과 '공감'


윤현준 책임 프로듀서 ⓒ JTBC


녹화 며칠 후인 지난 5일, 서울 상암동 JTBC에서 윤현준 CP를 만나 <슈가맨2>가 탄생하게 된 배경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윤 CP는 어떤 가치나 메시지를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건 아니지만 중요하게 여기는 키워드는 있었다. 바로 '새로움'과 '공감'이다. 


"방송은 결국 다 공감이다. 얼마나 '새로운 공감'을 일으키느냐가 관건이다. 공감이 안 되면 안 보는 거다. 조금 다르고 새로운 걸로 공감을 만들어내는 게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데 그러면서도 공감이 돼야 하는 것, 그게 어렵긴 하다. 그걸 해내느냐 아니냐는 '어떻게 출발하느냐'에 달렸다."


윤 CP는 그 '출발점'의 예시로 <슈가맨>을 언급했다. <슈가맨>이 만드는 새로움의 출발점은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 한 개의 곡만 큰 흥행을 거둔 아티스트)'에 있었다. 그는 "<슈가맨>을 보고 처음에 '토토가 아냐?' 하는 분도 계셨지만 출발 자체가 '원 히트 원더', 즉 '이 노래 뭐더라?'로 시작했기 때문에 새로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우연히 라디오를 듣다가 '이 노래 익숙한데 제목이 뭐지?'란 궁금증이 '누가 불렀더라?'로 이어지고 '그 사람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로 또 연결되면서 '그 사람을 찾아보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슈가맨>이 처음부터 성공한 건 아니었다. 윤 CP는 "<슈가맨> 파일럿 방송은 실패했다"며 "이유는 하나, 강요한 것처럼 보여서"라고 진단했다. 파일럿 당시 연예인만 출연했는데 연예인 특유의 완벽한(?) 리액션이 오히려 과장되게 여겨져 정작 시청자는 '뭐가 그리 좋은지 난 모르겠는데 왜 난리지?' 하며 공감하지 못한 것이다. 윤 CP는 '진짜 공감'을 찾기 위해 고심했고 결국 '세대별 방청객'으로 풀어냈다. 지금의 <슈가맨2> 소개 문구가 '공감확대재생산 뮤직쇼'가 된 배경이다. 10대 방청객에게 '이 노래 어떠냐' 물었을 때 별로면 별로라고 말하는, 있는 그대로의 반응이 필요했다고 한다.  


"옛날 노래 모르는데 10대가 왜 거기 앉아있느냐 욕하시는 분도 계신데 그건 기획의도를 모르시는 거다. 10대가 있는 이유는 '모르니까' 있는 거다. 그때의 노래를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 노래 어때요' 물었을 때 이상해요, 좋아요 등등 어떤 반응도 다 괜찮다. 불수가 얼마 나왔느냐는 '공감'이라는 취지에 있어 크게 중요하진 않다." 


그에게 기억에 남는 슈가맨을 물었다. 이에 "한 팀만 꼽긴 힘들다"면서도 '여자이니까'를 부른 키스를 언급하며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무대를 하는 거라 그분들의 떨림과 기분 좋은 긴장감 같은 게 뚜렷이 느껴져서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윤 CP는 "녹화 때마다 항상 뭉클하다"며 "슈가맨이 나와서 노래할 때 언제나 찡한 감정이 든다"고 덧붙였다.


프리즘 같은 프로그램... 결국 '사는' 이야기


유재석 ⓒ JTBC


유희열 ⓒ JTBC


이날 녹화현장 스케치를 위해 스튜디오 한쪽에 마련된 가족석에 자리를 잡았다. 내 옆에는 슈가맨으로 출연한 디베이스의 가족이 앉아있었는데 어린 남매가 엄마와 함께 녹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드디어 아빠가 무대에 나타났고, 격렬한 안무와 함께 노래하자 남매는 까치발을 든 채 미동도 않고 아빠의 모습을 바라봤다. 이 아이들은 그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런 모습을 보면서 <슈가맨2>는 프리즘 같은 프로그램이란 생각이 들었다. 백색광이 다각도로 굴절하여 다양한 색의 빛을 내는 프리즘처럼 '슈가맨의 소환'이라는 하나의 사건은 여러 형태의 감동으로 굴절됐다. 당사자인 파란과 디베이스에겐 활동 당시의 추억을, 슈가맨의 자녀들에겐 말로만 듣던 아빠의 그때 모습을, 쇼맨인 아이콘과 소유·정세운에겐 자신의 미래 모습을, 세대별 방청객에겐 그 노래를 듣던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스튜디오에서 파란의 '첫사랑'을 듣는 순간 '나만의' 추억이 소환되는 짜릿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한 가수로부터 소환된 하나의 노래. 이는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나잇대에 따라 각기 다른 느낌과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같은 것을 보고 비슷한 걸 느끼게 하는 다른 프로들과의 차별점이 아닐까 싶다. 노래로 시작하지만 결국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한 때 가수였고 지금은 꽃차 소믈리에가 된 슈가맨처럼, 시청자 역시 그 노래를 듣던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긴 시간 켜켜이 쌓아온 '사는 이야기'가 <슈가맨2>의 핵심처럼 보였다.


슈가맨 파란 ⓒ JTBC


슈가맨 디베이스 ⓒ JTBC


쇼맨 정세운·소유 ⓒ JTBC


쇼맨 아이콘 ⓒ JTBC


기사입력 18.02.1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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