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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Sep 03. 2015

침묵 그리고 명상

영혼의 말이 오는 곳



우리는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살고자 노력했으며, 자연 속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루라도 한적한 평원을 거닐며 마음을 침묵과 빛으로 채우지 않으면 우리는 갈증 난 코요테와 같은 심정이었다.

                                                                                         - 오타와 족, ‘검은 새’의 말



당신들은 계절의 바뀜도 하늘의 달라짐도 응시하지 않는다. 당신들은 늘 생각에 이끌려 다니고, 남는 시간은 더 많은 재미를 찾아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자기를 돌아보는 침묵의 시간이 없다면 어찌 인간의 삶이라 할 수 있는가.  

                                                                                      - 쇼니 족, ‘푸른 윗도리’의 말





#2. 침묵 그리고 명상:
 영혼의 말이 오는 곳 



명상은 영혼의 범주에 속하는 일이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 때 명상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스티브 잡스 같은 사업가에게도,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예술가에게도, 산 속에 파묻힌 스님에게도 명상은 필요하다. 명상 없이 영혼을 맑힐 수 없고 상대의 영혼에 가 닿는 말을 할 수 없다. 


생각을 비우는 게 명상이라지만 생각을 안 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생각이 일어나도 상관없다. 일어나는 생각들을 없애려고 하거나  컨트롤하려고 애쓰지 않고 그저 고요히 일어나는 생각들을 관찰하는 것. 제 3자의 위치에서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생각들을 바라보고 그것을  흘려보내는 작업이 바로 명상이다. 그러한 ‘알아차림’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한 발짝 밖에서 바라보는 것, 그리하여 참나와 만나는 시간. 이것이 진실한 자아와 대면하는 명상의 순간이다. 이성과 감성이란 굴레에서 벗어나 오직 영성에 의한 힘으로 이어가는 자신과의 대화 속에서 우리는 참 자아, 내 영혼의 민낯과 마주할 수 있다. 


명상과 침묵 없이는 영혼이 담긴 스피치를 할 수 없다. 친구들, 연인, 부모님과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과의 대화는 훨씬 더 중요하다. 자신과의 대화야말로 영혼을 발육시키고 숨은 잠재력을 끌어내며 나란 사람의 고유한 아우라를 형성하게 한다.

 

TV에서 법정스님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분명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적인 말인데도 법정스님의 한 마디 한 마디에서는 고요한 힘이 느껴졌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내 영혼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산 속을 사뿐사뿐 걸으며 던지는 말씀 하나하나가 가슴으로 바로 와 꽂혔다. 말이란 것이 이성과 감성을 거치지 않고 영혼으로 바로 침투할 수도 있는 것이구나, 그때 깨달았다. 영적인 사람들에게는 타인의 영혼을 흔드는 힘이 있다. 법정스님의 그러한 힘은 불교의 교리를 공부해서 얻어진 것만은 아닐 터다. 명상을 통한 기나긴 침묵의 시간, 참 자아와의 대화, 우주와의 교감을 통해 서서히 영적 성장을 이뤄야 가능한 일이다.

 

명상은 사색과 다르다. 사색만으로는 영혼의 깊이를 키울 수 없다. 철학적인 생각들을 한다고 해서 영혼이 성장하지는 않는다. 사색은 명상을 통과해야만 위대한 사상으로 발전한다. 마치 김치가 숙성의 시간을 거쳐야 몸에 좋은 효소들을 생성하듯. 근대철학에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산책을 통해 사색과 명상을 병행했던 대표적 인물이다. 사람들이 그의 규칙적인 산책을 보고 시간을 맞췄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만약 책상머리에 앉아 책 읽고 글을 쓰며 사색에만 잠겼더라면 농익은 철학의 결실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잠과 싸워야 하는 명상이 힘들다면 그저 침묵하라.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침묵하라. 침묵은 영혼이 숨 쉬는 집이다. 영혼이 숨 쉴 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타인에게도 안정감을 준다. 이런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내 영혼은 충만해지는 기분이다. 마음의 문이 열리고 내면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당신 주위에도 이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영혼의 깊이와 지혜는 그가 읽은 책의 수와 상관없다. 지식이란 것은 때론 영혼의 순수성을 가리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보다는 그들이 밤마다 침대에 들기 전 책을 덮고 했던 명상, 고요한 침묵의 순간들이 그들의 영혼을 굳건히 만들어주었다.


기원전에 이미 소크라테스라는 대철학자는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 이 간단한 말 속에 진리가 있다. 자신을 아는 자만이 내면의 힘을 지닌다. 좋은 직업, 커다란 부, 화려한 인맥으로 가질 수 있는 힘보다 수 백 배 더 큰 내면의 확고한 중심은 자신을 아는 것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다. 침묵과 명상을 통한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당신의 꿈, 진실로 원하는 그것을 가슴속 저 밑에서부터 끌어내는 작업은 중요하다. 


영혼의 샘에서 나오는 물(말)은 그것을 마시는 사람(청자)의 영혼까지 정화해줄 만큼 신성하다. 영혼의 말이 오는 곳은 침묵과 명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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