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영원한 빼기

글쓰기와 '나의 색깔 찾기'

by 손화신




매거진 < 쓸수록 나는 내가 됐다 >




3. 어떻게 쓸 것인가: 나의 색깔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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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쓰기는 영원한 빼기


이것은 간결화 작업에 이어지는 이야기다.


글쓰기는 영원한 빼기다. 당신은 어디까지 버릴 수 있나. 뺄 만큼 뺐다고 생각할 때 한 번 더 뺄 수 있다. 이제 더 버릴 게 없다고 생각할 때 잘 들여다보면 버릴 게 또 나올 것이다. 이젠 정말 다 버렸다고 느꼈을 때 한 번 더 버릴 수 있느냐 없느냐, 이것이 글의 간결화를 좌우하는 신비의 문이다.


버리고 버림으로써 획득한 간결화의 끝엔 나의 알맹이가 남는다. 그런 방식으로 나의 색깔을 진하게 만들기 위해 쓰는 자는 빼고 또 뺀다. 간결을 눈에 보이는 현상에 빗댄다면 나는 '응축'에 비유하고 싶다.


간결: 간단하면서도 짜임새가 있다

응축: 기체가 액체로 변화하는 현상


간결이 단지 '간단하게' 만드는 걸 의미한다면 응축에 비유할 순 없을 테다. 간단하면서도 짜임새가 있는 것이 간결이다. 30cm의 쇠막대기의 중간 부분을 5cm 툭 잘라내고서 '막대기의 간결화'를 했다고 말하진 못한다. 제대로 하려면 쇠를 녹인 다음 5cm의 작은 쇠막대기로 다시 응고시켜야 한다. 5cm 쇠막대기 안에 전체 막대기의 성분이 고루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기체가 액체로 변화하는 응축도 비슷한 원리다. 특정 공간의 기체를 모아 압축해서 물방울을 만드는 응축은 짜임새를 전제로 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브래드피트가 출연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아버지는 어린 두 아들에게 글을 써오라는 과제를 시키는데 두 아이가 힘들게 써오면 그걸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서 되돌려 보낸다. 한 장으로 줄여오라면서 말이다. 아이들이 한 장으로 줄여오면 또다시 돌려보내며 이번엔 반 장으로 줄여오라 말한다. 반 장으로 줄여오면? 이젠 한 문장으로 줄여오란다. 아버지는 단지 글 요약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려 했던 걸까. 아닌 것 같다. 아버지는 간결한 삶의 태도를 알려주고 싶었으리라. 간결하게 쓰는 사람이 어찌 자기 색깔 없는 삶을 살 수 있겠으며 그런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겠나. 결국 간결함은 삶의 방식이고, 우린 간결하게 씀으로써 삶을 제대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간결한 글은 단순하면서 동시에 깊은 문장들이 모여서 이뤄진다. 그 문장들에는 글쓴이의 정신이 들어있다. 불필요한 부사를 빼라느니 조사를 빼라느니 그런 방법론적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한다. 법 위에 헌법이 있듯이 이 모든 빼기의 규칙 위에는 리듬 혹은 분위기라는 상위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접속사를 넣거나 중언부언하는 문장을 만들어서 글의 리듬을 만들 수도 있고 주저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도 있다. 형용사나 조사를 빼는 일처럼 눈에 보이는 글자들을 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단지, 자신이 판단하기에 이 글이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정서에 어떤 요소가 방해된다고 여겨진다면 그것을 빼면 된다. 그러니 어쩌면 더하는 게 빼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추구할 것을 추구하기 위한 빼기일 것, 이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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