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노래

by 손화신







cinnamon #. 잠


책은 꿈에서 깨어난 아침 같다

지난밤 꿈이 기분 좋은 꿈이었는지 악몽이었는지만 기억날 뿐이다

애써도 그 이상은 기억의 갈고리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지난밤이 남긴 희미한 이야기로 오전까지 달콤한 기분에 젖는다

만년필 잉크는 번지고 꿈도 현실로 번지고

어떤 꿈은 오후 해가 땅 가까이 닿으려 하는데도 내 옆에 남아있었다

지난밤 꿈이 조금 더 선명한 날에는

비밀연애를 하는 사람처럼 나는 은밀하게 행복했다

책꽂이에 읽은 책들을 꽂아놓는 건 은밀했던 달콤했던 꿈의 순간들을

그 여운들을 세워진 책등을 볼 때마다 떠올리기 위함이다

지루했던 책마저

밤을 함께 했던 꿈들은 악몽까지도 달콤해져버린다

지나버리고 나면 모두 그렇게 된다

그리고 나는 10년 전에 꿨던 꿈 몇몇개를 아직도 마음에 넣어두고 있다




cinnamon #. 노래


고음을 잘 내는 것이 노래를 잘하는 게

아니란 걸 아는데

도입부엔 말하듯 읊조리듯 부르는 게 노래를 잘하는 것이란 걸

아는데

글쓰기도 같다는 걸 아는데

글을 쓸 때면

노래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노래 잘하는 걸 증명하려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남자 아이들은 노래방만 가면 고해를 불렀고

나는 교복을 입고 신을 찾는 녀석들을 봐준다는 듯 바라보았으나

내가 쓴 글들을 보면서 요즘은 어쩐지

그 녀석들도 고해를 부르고 난 다음에 이런 심정이었을까

궁금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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