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namon #. 경보기
갑자기 비상경보기가 울렸을 때 사람은 세 가지 부류로 나뉜다. 오작동일 거라 확신하는 사람과 내가 오늘 여기서 이렇게 죽어도 이상할 것 없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과 이곳이 불바다가 되더라도 나는 반드시 살 거라 확신하는 사람. 얼마 전 지하 2층에서 비상경보기가 울렸을 때 나는 내가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몰라서 얼른 이 화재경보기가 그치기를 바랐다.
cinnamon #. 관장님
넉 달간 검도를 배웠다. 더 배우면 호구도 갖춰써야 하고 배와 이곳저곳에 보호대를 해야 하는 단계에 이를 것이다. 아무리 봐도 이건 게으른 사람이 할 운동은 아닌 것 같아서 관장님께 다음 달에 회사 일이 많아서 한 달만 쉬다 오겠다고 말했다. 도복과 죽도를 챙겨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관장님이 덕담을 건네주신다. 건강하라고. 당황하여 감사합니다 관장님이 아니라 감사합니다 도사님이라고 말할 뻔했지만 나는 다시 올 건데요 뭘 하고 다정하게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