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스펀지

by 손화신







cinnamon #. 알바생


주말이면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동네 커피집으로 향한다. 휴가일 때도 커피집으로 간다. 거기 알바생들을 보면 나는 반갑다. 9명 정도의 알바생이 시간별로 요일별로 나눠 일하는데 이제 그들의 얼굴이 헷갈리지 않는다. 내가 그들을 좋아한다는 걸 그들은 모른다. 나는 삼성에 다니는 친구도 안 부럽고 삼성에 다니는 남편을 둔 친구도 안 부럽고 사업하는 친구도 안 부러운데 저 알바생들은 구석구석 부럽다. 부럽고 사랑스럽다. 챙이 짧은 캡모자를 쓴 알바생과 베레모를 쓴 알바생이 이야기를 나눈다.




cinnamon #. 스펀지


얼마 전 광화문 핫트랙스에서 친구에게 제안했다. 우리 여기서 가장 쓸모없는 500원짜리 물건을 사서 서로에게 선물하자. 둘은 흩어졌다. 서로를 경계하며 계산대를 빠져나온 우리는 품 속에서 동시에 선물을 꺼냈다. 나는 스펀지를 받았다. 12월이 얼마 남지 않은 때였고 스펀지의 쓸모없음을 찬양하며 나는 이런 말들을 꺼내놓고 있었다. 새해엔 스펀지처럼 행운과 행복을 흡수하라는 의미인 거냐. 스펀지처럼 티 없고 깨끗한 걱정 없는 한 해를 보내란 말이냐. 아무리 세게 눌러도 바로 원상복귀되는 이 스펀지처럼 씩씩한 한 해를 보내라는 거냐. 친구가 대답했다. 오해가 있나 본데 나는 오직 '쓸모없는'과 '500원'만을 생각해서 고른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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