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투/패턴

by 손화신







cinnamon #. 건투


브런치 통계의 유입키워드를 볼 때면 타인의 삶을 몰래 훔쳐보는 기분이다. 어제 가장 인상 깊었던 키워드는 '사람들이 다 나를 싫어한다'였는데 이 방문객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몇 살일까. 남자일까 여자일까. 무슨 일을 할까. 학생일까 직장인일까. 어디에 살까. 이 방문자에게 내 글이 도움이 됐을까 아니면 실망을 안겼을까. 내 브런치의 유입키워드 중 압도적으로 많이 뜨는 건 '말싸움에서 이기는 법'이다. 하루에 최소 3명, 많게는 십여 명이 이 키워드로 내 브런치를 방문한다. 몇 년째 그렇다. 무엇 때문에 싸웠을까 혹은 싸울 예정일까. 지금쯤이면 싸웠을까 그렇다면 이겼을까 졌을까. 그 밖에도 아픈 사람에게 해줄 말, 용서를 비는 글, 마음이 따뜻한 사람, 동굴 목소리, 서울여자 말투, 무대공포증 극복 등의 유입키워드가 자주 눈에 띈다. 이름 모를 그들의 건투를 비는 건 나의 부업이다.




cinnamon #. 패턴


어떤 SNS를 하느냐에 따라 사용자의 뇌구조 및 행동패턴은 달라진다. 인스타그램을 하는 사람은 근사한 것을 보면 사진을 찍으려 하고, 페이스북을 하는 사람은 사진을 찍으면서 이걸 봐줄 페친들을 떠올리고, 브런치를 하는 사람은 이걸 글로 쓸 생각에 아주 잠시 기뻤다가 쓰면서 오래 고통받는다. 조울증을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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