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멜/집

by 손화신







cinnamon #. 캐러멜


새콤달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그것은 500원이다. 편의점에서 500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있다는 건 내게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그것의 이름은 여전히 새콤달콤이었다. 포도맛이 있고 딸기맛이 있고 복숭아맛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랬다. 7살 때 검은대문집에 살 때 집 바로 앞에 있던 신*슈퍼에서 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때 내가 애타게 사랑하여 단종을 염려하는 어리고 순수한 마음에 서랍에다 10개씩 사재기해놓던 바나나맛 캐러멜은 정말로 단종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새콤달콤이 주는 가장 큰 위로는 그것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에 있다. 얼마 전 편의점에서 새콤달콤 키위맛을 처음 보고 나는 그것을 집어들었다. 디스토피아는 다른 게 아니라 새우깡과 맛동산과 홈런볼 따위가 모두 사라진 세상일 것이다.




cinnamon #. 집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생때까지 살았던 검은대문집이 사라졌다. 그 마당에서 나는 빨간색 씽씽을 탔고 엄마가 끓여준 삼양라면을 마당에 양은밥상을 펴놓고 오빠랑 같이 먹었고 열쇠가 없는 날에는 옆 골목 끝집으로 가서 문을 열어달라고 한 다음에 우리집과 통하는 낮은 담벼락을 넘어서 집으로 들어갔다. 거실이 없던 집, 화장실이 밖에 있던 집, 주방과 현관이 같이 있던 집. 내가 어린이였던 집. 그 집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섰는데 내 가장 친한 친구가 그 아파트에 첫 입주를 했고 남편과 어린 아들과 그곳에서 살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건투/패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