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문자

by 손화신







cinnamon #. 사랑


글을 잘 쓰려면 글쓰기를 사랑하면 되는데 그 사랑의 시작이 글쓰기가 아니어도 괜찮다. 고급 다이어리와 만년필과 펜케이스와 마음에 쏙 드는 수첩을 가졌을 때 그 물건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행복으로 충만해진다. 그러면 결국 쓰게 된다. 그 물건들을 쓰게 되고 글을 쓰게 된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루트는 보통 이렇다. 그 사람이 하는 유머코드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다만 그 사랑의 시작이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사랑이었다고 착각할 뿐이다.




cinnamon #. 문자


돈을 잘 쓴다는 것은 내게 행복을 주는 데 돈을 쓰는 것이다. 무엇을 사고 나면 날아오는 카드결제 문자를 확인할 때, 그 0.1초 사이에 스치는 기분을 면밀히 살펴보면 거기에 답이 있다. 돈이 남아도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 문자를 확인할 때 기분이 좋은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런데 정말 갖고 싶었던 물건을 오래 벼르다가 샀을 때 결제 문자가 그렇게 보람되고 뿌듯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그런 희한한 순간이 있는 거다.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해준 아이템을 수집하리라. 그러면 내가 행복해질 거란 확신이 들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캐러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