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메이킹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화신 Sep 23. 2020

톡이라는 '글대화', 왜 살짝 설렐까?




김이나의 톡터뷰
<톡이나 할까?>를 보고 떠올린,
'말과 글'에 대한 잡생각




kakaoTV 예능 <카카오TV 모닝- 톡이나 할까?>의 아이러니


이하 사진 ⓒ 카카오TV


매주 화요일 오전 7시 업로드되는 kakaoTV 예능 <카카오TV 모닝- 톡이나 할까?>는 작사가 김이나가 인터뷰어가 되어 오직 카톡으로만 인터뷰이와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일 론칭해 23일 현재까지 총 4회가 방송됐으며 배우 박보영, 박은빈, 김강훈 그리고 유튜버인 이근 전 대위가 다녀갔다.


사람을 앞에 앉혀다놓고 휴대폰만 바라본다? 옛날에는 상상도 못 할 일 아닌가. 상황 설정 자체가 독특하면서도 시대의 풍경을 잘 캐치해낸 듯하다. '톡이나 할까?'란 예능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해보려 한다.


말의 대화와 글의 대화... 그 신선한 차이



일명 톡터뷰다. '톡이나 할까?'는 인터뷰를 말이 아닌 카톡(글)으로 한다. 입이 아닌 손가락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말의 장점과 글의 단점, 말의 단점과 글의 장점이 속속 드러난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이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말로써 나누는 대화에서, 비언어적인 요소(표정과 제스처)와 언어적 요소(말의 내용)는 7:3 비중으로 상대에게 다가간다고 한다. 즉, 우리가 의사소통을 할 때 상대가 어떤 내용의 말을 하느냐보다 어떤 표정과 제스처로 말을 하느냐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카톡으로만 대화를 나누는 '톡이나 할까?'에선 감성과 분위기를 포용하는 종합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까? 방송을 보자 이런 의문은 곧바로 풀렸다. 바로 '이모티콘'이 표정과 제스처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터뷰어 김이나와 인터뷰이로 출연한 박보영, 박은빈, 김강훈, 이근은 각자 자신의 성격에 맞는 이모티콘을 글과 글 사이에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충족했다.


하지만 아무리 이모티콘을 사용한다고 해도 말이 아닌 글로써 대화를 하다 보면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우리의 일상을 떠올려보자. 상대가 보낸 카톡을 보면서 무슨 말인지 정확히 파악이 안 되고 애매해서 답답했던 경험이 분명 있을 것이다. 말로써 하는 대화에서는 뉘앙스, 즉 맥락이란 게 형성되는데 글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이것이 제거되기 쉽다. 카톡처럼 조각적인 활자로써 의사소통을 하면 상대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의도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물론 호흡이 긴 글에선 얘기가 다르다). 다만, '톡이나 할까?'는 비대면이 아니라 대면이라는 점에서 손가락으로 카톡을 치면서도 상대방의 표정을 살필 수 있어 이런 단점이 상쇄된다.



앞서 말한 게 톡터뷰에서 드러나는 말의 장점과 글의 단점이라면, 이젠 톡터뷰에서 느껴지는 말의 단점과 글의 장점을 살펴보자. 말은 순발력이 필요한 의사소통 도구다. 상대의 말에 답변을 거의 즉각적으로 받아쳐야 해서 생각할 시간이 글에 비해 짧다. 하지만 카톡(글)은 상대의 말을 한 번 더 생각할 시간과 내가 할 말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뱉을 시간적 여유가 비교적 있는 편이다. 인터뷰이들도 삶과 일의 태도 등에 관한 진지한 질문에선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답장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되면 인터뷰이의 더 깊은 생각을 끄집어낼 수 있게 된다.


또한, 말투가 있듯이 글투라는 게 있어서 인터뷰이의 말투를 통해서 느끼지 못한 이 사람의 성격이나 감성을 글투를 통해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신선하다. 글이란 건 글 쓴 사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말이 있듯이, 말을 통해 숨겨지지 않는 그 사람의 정신이 톡을 통해 진정성 있게 전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도 성립이 되지만 말이다(대신 글에선 표정을 숨길 수 있다).


이게 뭐라고 집중하게 되는지... 콘텐츠의 밀도



'톡이나 할까?'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 모바일의, 모바일에 의한, 모바일을 위한 콘텐츠라는 것이었다. 포맷 자체부터 그랬다. 나의 경우 노트북으로 모니터링을 했는데 전체화면을 해도 세로화면으로 보여져서 이 콘텐츠가 휴대폰에 맞춤된 영상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또한 한 회당 13분 내외의 분량이라 모바일로 시청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모바일 콘텐츠라고 해서 단지 길이가 짧다는 것에만 의의가 있는 건 아니다.


'톡이나 할까?'를 보고 있으면 이게 뭐라고 초집중을 하게 된다. 집에서 큰 화면의 TV를 볼 때는 밥도 먹으면서, 휴대폰도 만지작거리면서 영상을 보게 되는데 조그마한 화면의 스마트폰을 볼 때는 오직 그 영상만 집중해서 보게 된다. '톡이나 할까?'도 이런 모바일 플랫폼의 특성에 의존해 집중을 하게 되는 것이 크겠지만 그것보다 더 결정적인 게 있다. 바로 청각이 아닌 시각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초집중을 일으킨다. 말이 아닌 톡으로 인터뷰를 한 것이다 보니 귀로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오직 눈으로 톡 내용을 읽어야만 해서 시청자는 몰입을 안 할 수가 없다.


'밀도가 높은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카카오TV 제작진의 의도가 '톡이나 할까?'에서 얼마나 잘 드러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밀도라는 건 단지 포맷으로만 구현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톡이나 할까?'가 수다로 끝나지 않게끔, 수다스러운 가운데 진중한 질문들 가령 연기란 어떤 건지, 삶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묻는 기획이 프로그램에 의미를 더해준다. 개인적으로 이근 전 대위의 "삶은 모험이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다보면, 이게 21세기의 풍경이란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때가 가끔 있다. 손가락을 톡톡 움직여 소통을 한다는 게 첨단인 것 같으면서도, 말이 아닌 글로 소통을 한다는 게 아날로그적으로 느껴져서다. 내가 느낀 이런 아이러니가 '톡이나 할까?'에서 묘하게 더 두드러지는 것을 느껴 무척 흥미로웠다. 참, 끝으로 가장 아이러니했던 건, 이렇게 조용한 영상을 보면서도 나도 모르게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사링크: http://omn.kr/1p0jv

   

매거진의 이전글 고문영의 '이 말'에 문강태가 변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