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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Nov 25. 2020

에세이도 문학인가








나만 하는 고민인지 모르겠다만, 에세이도 문학인가 문학이 아닌가에 대해 고민해온 건 근 2년간이다. 나는 에세이를 쓴다. 좀 더 문학에 가까운 것들, 그러니까 소설이나 시를 쓰고 싶지만 쉽지 않아서 에세이를 쓴다고 용기 내어 고백하는 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랬었고' 지금은 좀 다르다. 아무튼 이런 까닭에 나에게는 서자가 느낄 법한 묘한 자격지심이 있다. 가령 이런 거다.

 

나를 "작가님"이라고 누군가는 불러준다. 이게 황송할 때가 많다. 어떤 때는 영 쑥스러워 못 견디어 "저자죠, 뭐"라고 내가 말하면, 그걸 또 상대가 공손히 접수하여 나를 "저자님"이라고 정정하여 부를 때면 여간 섭섭하지 않다. 소설이나 시를 써야, 그러니까 문학을 해야 작가라고 불리울 수 있다는 생각이 나의 뇌리 한 구석에 버젓이 들어앉아 있었던 거다. 그 말인즉슨, 에세이는 문학이 아니라는 인정인데... 에세이를 쓰는 사람으로서 그 인정을 스스로 한다는 건 여간 거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에세이는 문학일 수 없다는 나의 자격지심은 점점 오기로 바뀌었다. 에세이도 문학 중의 문학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내가 보여주리라, 당돌하게 작은 주먹을 쥐었다. 그런데 어떻게? 모를 일이다. 이걸 알려면 일단 문학이 당최 뭔데?라는 질문에 답해야 하리라. 사전엔 "언어를 표현매체로 하는 예술 및 그 작품"이라고 쓰여있다. 그렇다. 표현과 예술. 이게 내가 그토록 의문하고 갈망하던 것이었다. 내가 글을 쓰는 건 학문을 하고자 함이 아니요, 예술을 하고자 함이다. 글을 쓰면서도, 작가이면서도 예술가로 인정받지 못할까봐 염려하는 마음이 내겐 늘 따라다녔고 경계인이 된 기분, 문학의 숲을 거닐고 싶으나 숲 밖에서 서성이는 아웃사이더가 된 기분을 언제고 느껴왔던 듯싶다.


그러던 내게 한 문장이 날아들었다. 근래에 창간한 <에픽>이란 문학잡지의 표지에 적힌 문장이었다.


"모든 텍스트는 문학이다."


나는 이 명제에 무한히도 감명을 받아 읽을지 안 읽을지도 모를 잡지를 당장 결제하였다. 모든 텍스트가 문학이라면 에세이도, 산문도 문학이란 말 아니냐! 온몸에 신명이 솟아났다. 나는 이를 계기로 곰곰 생각하였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나 페르난도 페소아의 <불안의 서>처럼 문학으로 인정받는 에세이가 꽤 있지 아니하던가. 나도 그런 문학을 쓰지 못하란 법 어디 있다더냐. 광명으로 눈앞이 밝아지는 듯했다.


허나 또 불쑥 튀어나오는 말, 진작에 해결하지 못했던 말... '어떻게?'란 세 글자가 눈치도 없이 따라붙었다. 모든 텍스트가 문학이란 말이 옳다면 어떻게라는 질문 없이도 자연스럽게 에세이도 문학이 되겠다만, 이렇게 이 사안을 급히 마무리하자니 영 마음 깔끔하지가 않았다. 어떻게 더 문학다운 에세이를 쓸 것인가를 계속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자격지심이 있는 나로선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는 주제인 것이다.


일단 마련한 방책은 이것이다. 내 '말투'가 진하게 밴 에세이를 쓰자. 지금도 그렇게는 하고 있다만 더 그러자. 예술이란, 내가 멋대로 정의하건대 예술이란, 그 창작자의 개성이 담뿍 담겨 있어서 고유한 무엇이다. 내 글에는 내가 더 담겨야 한다. 말투, 그러니까 문체로든 아니면 내용을 풀어가는 독특한 습관으로든 나를 더욱 확보할 일이다. 희망스럽게도 에세이에선 그게 더 용이하지 아니한가. 소설로 치자면 에세이는 1인칭 단수, 1인칭 주인공 시점의 글 아닌가. 그러니 작가의 존재감이 독자에게 커다랗게 다가감이 분명하고, 둘은 긴밀히 관계 맺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장점을 십분 살려서 나는 '심리'를 상세히 묘사하는 에세이를 쓰고 싶은 바다. 내가 사모하는 도스토예프스키, 슈테판 츠바이크, 제인 오스틴, 나쓰메 소세키, 체호프처럼 심리를 기가 막히게 해부하는 글을 쓰고 싶다. 나의 꿈은, 에세이계의 도스토예프스키라고 할까...(얼굴이 붉어진다)...


이 글을 읽은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에세이는 애초부터 문학이었노라고. 법으로 정해놓은 게 없으니 그렇게 말해도 그것 또한 정답이다. 정말 모를 일이다. 누구도 모를 일이어서, 만들어가기 나름인 일이다. 에세이를 어떻게 쓰면 더 문학적 성취가 높은 작품으로 드높일 수 있을지 나는 계속 좀 고민해보련다.


(이 글은 그러므로, '에세이는 문학이다'라는 제 생각을 적은 글입니다. 그걸 깨닫는 과정에서의 지난 방황을 적은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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