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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Sep 18. 2015

감정을 싣다




감정을 싣다
(감정의 감동)




한 여성 피아니스트가 무대에 올랐다. 박수소리가 그녀를 맞았고 그녀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녀가 피아노 앞에 앉자 박수소리는 잦아들었고 마침내 침묵이 들어섰다. 침묵의 한 가운데 앉은 그녀가 가만히 피아노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기도하는 것 같기도, 느닷없는 생각에 잠긴 것 같기도 했다. 태풍이 오기 직전의 고요, 동이 트기 직전의 어둠처럼 그녀는 아래로부터 깊숙한 감정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그녀를 숨죽이고 기다렸다. 객석의 관객들과 피아노 뒤의 연주자들과 홀로 서 있는 지휘자가 그녀의 진실한 감정이 아득한 곳에서부터 고요히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피아니스트를 에워싼 몇 초간의 고요가 그토록 아름다웠던 건 왜일까? 그건 한 예술가가 심연으로부터 끌어올리는 ‘감정’이 감동을 담고 있어서다.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기 전에 잠시 눈을 감는 시간. 그런 찰나들도 아름답다. 그건 그가 끌어올려 모두와 나누게 될 감정이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이토록 신비롭고 무한한 게 사람의 감정이어서 가수의 노래나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우리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말이 한 사람을 울렸다면 그 말 속에 담긴 어떤 감정이 듣는 이의 가슴에 무언가 보이지 않는 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어떤 말은 그냥 우리 곁을 스쳐지나갈 뿐이지만, 깊은 감정이 깃든 어떤 말은 우리를 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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