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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Sep 18. 2015

목소리가 좋은 사람




목소리가 좋은 사람
: 목소리와 감정




한밤에 라디오를 들으면 DJ의 목소리가 나를 위로하는 것 같다. 중간중간 틀어주는 음악이 아니어도 DJ의 목소리만으로도 밤은 충분히 감미로웠다. 감정이 잘 실리는 목소리가 있다. 보통은 낮고 깊은 목소리다. 보컬학원이나 스피치학원에 가면 목소리 트레이닝반이 따로 있다. 이 수업의 목적은 또롱또롱한 목소리를 만들어서 내용의 전달력을 높이고, 동시에 안정되고 깊이 있는 목소리를 만들어서 감정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목소리 트레이닝 수업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건 복식호흡이다. 목소리를 낼 때 우리는 호흡을 사용하는데, 호흡이 깊고 넉넉해야 목소리에도 안정감이 생긴다. 일명 ‘동굴 목소리’라고 부르는 공명이 있는 목소리는 복식호흡이 기본으로 갖춰져야 가능하다. 


복식호흡의 일반적인 훈련법은 이러하다. 8초 동안 숨을 깊게 단전까지 들이마시고 4초 간 숨을 참았다가 8초간 천천히 내뱉는다. 들이 마실 때는 배가 볼록 나오고 내쉴 때는 서서히 들어간다. 배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고 연습하면 된다. 배꼽 아래 어딘가에 숨의 종착역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곳까지 자신의 숨이 내려가서 닿을 수 있도록 끝까지 들이마셔야 한다. 또한 숨이 밖으로 나갈 때는 종착역에 남은 숨이 하나도 없도록 남김없이 내쉬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숨을 내 쉴 때 한 번에 훅 내쉬는 게 아니라 배분을 균등하게 하여 8초 동안 골고루 내뱉는 것이다.


촛불을 켜 놓고 연습하면 좋다. 숨을 골고루 내뱉지 못하고 초반에 훅 내뱉게 되면 촛불이 꺼져버린다. 처음 날숨부터 나중 날숨까지 강도가 일정해야 촛불이 꺼지지 않는다. 촛불이 번거롭다면 휴지 한 장을 입술 앞에 갖다 대고 연습해도 좋다. 


호흡만으로 어느 정도 훈련을 하고 나면, 다음 단계는 호흡에 소리를 더하는 것이다. 내쉬는 호흡에 소리를 얹어서 “아------” 하고 길게 소리 낸다. 복식호흡이 잘 됐을 때는 “아------”하는 소리가 8초 동안 균일하게 나가지만 복식호흡이 안 되면 6초쯤에 이르러 소리가 희미하게 사그라진다. 복식호흡은 시간이나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연습할 수 있어서 좋다. 지하철에 앉아서 8초-4초-8초 호흡을 연습해도 아무도 모른다. 


다음 단계는 목소리를 멀리 꽂는 연습이다. “아! 아! 아!” 하고 스타카토 형식으로 짧고 굵게 그리고 멀리 목소리를 던져야 한다. 던진다는 느낌이 핵심이다. 멀리 맞은편 벽에 과녁이 하나 있다고 생각하고 그곳을 향해 화살을 꽂듯 목소리를 꽂아야 한다. 자신의 목소리가 과녁에 ‘팍’ 하고 명쾌하게 박혀야 한다. 이 훈련을 하면 목소리에 힘이 붙고 울림도 생긴다. 중요한 건 소리가 단지 목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복식호흡을 통해 단전 아래 깊은 곳에서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꾸준히 보이스 트레이닝을 하면 어느 순간 목소리가 좋아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목소리도 훈련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직접 경험했다. 살면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목소리를 다듬은 일이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국어시간에 일어나서 책을 읽으면 꼭 “목소리 좀 크게 하라”는 소리를 들었다.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할 때면 애타게 불러도 아주머니가 돌아봐주지 않아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어 본격적으로 보이스 트레이닝을 했는데 성량이 커졌을 뿐 아니라 음색도 깊고 풍부해졌다. 특히 복식호흡을 하면서 호흡이 깊고 넉넉해지니 목소리 역시 깊고 넉넉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목소리 좋다는 칭찬도 점점 자주 듣게 됐다. 목소리는 타고나는 부분도 있지만 후천적 노력으로도 충분히 변할 수 있단 걸 스스로 체험한 셈이다. 낮고 안정된 목소리는 신뢰감을 줄 뿐 아니라 감정이 보다 잘 묻어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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