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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Sep 24. 2015

우리, 예술가가 되자




우리, 예술가가 되자
(예술가가 되는 길)
: 삶의 정수를 끝까지 들이마시기




대학교 전공시간에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세상의 얼굴은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지. 촉촉하게 생긴 얼굴과 안 촉촉하게 생긴 얼굴.” 그러면서 앉아 있는 학생들 중에서 촉촉하게 생긴 얼굴을 지목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 교수님으로부터 너무 촉촉해서 ‘축축한’ 얼굴로 지목됐는데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태어나서 들어본 외모에 대한 칭찬 중 가장 기분 좋은 것이었다.  


웬 얼굴학과(?) 강의인가 싶겠지만 사실 국문학과 강의다. 그 교수님은 감수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얼굴을 촉촉하다고 표현했고, 이성적인 느낌의 얼굴을 안 촉촉하다고 표현했던 것이다. 아무리 각박해도 감수성만큼은 예민하게 지키고 싶었던 내 마음을 그 교수님이 알아봐주신 것 같아서, 다름 아니라 그래서 기뻤던 거다. 


나는 예술가이고 싶다. 내가 정의하는 예술가란 삶의 정수를 끝까지 음미하는 사람이다. 꼭 화가, 음악가, 작가, 무용가처럼 예술계통의 직업인으로써 창작활동을 해야지만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언제나 예민한 감수성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진실하고 깊게 느끼는 태도이다. 그런 사람이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숫자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회계사라도 이른 아침 출근길에 마주친 가로수를 보고 문득 감동 받을 수 있다면, 이 사람은 공식적으로는 회계사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일상의 예술가라고 할 수 있겠다.  


“삶의 정수를 끝까지 들이마셔라.” 


중학생 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다가 이 대사가 덜컥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사실 ‘정수’가 무슨 뜻인지도 잘 몰랐는데, 그래도 왠지 이 말에 끌렸다. 삶의 정수를 끝까지 들이마시라는 말을 그때 나는 이렇게 해석했다. 학교 급식을 최대한 맛있게 먹는 일, 급식을 먹고 나서 운동장을 걸을 때 친구들의 까르르 웃음소리를 더 사랑하는 일, 종이 울리고 다시 책상에 앉았을 때 쏟아지는 졸음에 더 격렬히 항복하는 일. 이렇게 내가 들이마신 나만의 정수들이 나라는 사람의 감수성을 형성한다.        


그림을 보다. 음악을 듣다. 소설을 읽다. 무용을 보다. 이런 문화적 활동들은 우리가 자신의 감수성을 더욱 예리하게 유지하고 삶의 정수를 깊이 들이마시며 살도록 돕는다. 일상의 예술가가 되려는 우리를 더욱 진실한 예술가로 만들어주고, 오늘 하루도 촉촉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누군가 내게 어떤 모습으로 나이 들고 싶은지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할 것이다. 


“여전히 촉촉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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