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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Sep 22. 2015

우린 감정을 느끼며 성장하네





우린 감정을 느끼며 성장하네
(나의 감정 믿기)





한 여자가 눈물 콧물이 범벅된 채 말했다. “나이 공짜로 먹는 거 아니야.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엉엉......” 드라마지만 이런 대사, 이런 연기는 정말이지 가슴을 무너지게 한다. 이 나이 먹도록 누구에게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자신이라도, 나는 내 나이만큼의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이렇다 할 능력도 떳떳할 만큼의 돈도 없지만 그래도 내가 산 세월, 그 만큼의 고생을 감내해왔기 때문이다. 그 고생 속에서 인간으로서 내가 느낀 비애, 허무와 기쁨, 외로움과 위로. 그 모든 감정들로 나는 내 나이의 값을 치렀다.


한 여배우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사람은 감정을 느끼면서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이 말을 듣고 불현듯 마음이 저릿해지는 건, 나이 공짜로 먹는 게 아니라며 울먹이던 드라마 속 그 여자가 생각나서였다. 사람마다 밀도는 다르겠지만 자신이 살아온 나름의 세월 동안 매일 감정들을 느끼며 살아왔고 그렇게 조금씩 성장해온 거다. 그 시간들 속에서 내가 느낀 감정들을 스스로가 더 믿어줘야 한다. ‘자신을 믿는다’는 말은 나의 이성만을 믿는다는 말이 아니라 나의 감정까지도 믿는다는 말이다. 이성의 성장뿐 아니라 감정의 성장까지도 스스로 인정해준다는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스스로부터도, 타인으로부터도 감정보다는 이성의 영역에서 평가받고 살아왔는지 모른다. 능력도 재력도 이성의 영역이며 외부의 영역이다.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할 때, 자신이 쌓아온 성과뿐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남겨진 감정들로부터도 힘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자랑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식과 재력을 자랑하는 게 나란 사람의 자랑의 전부라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그것보다는 내가 살면서 겪은 다양한 감정들이야말로 나의 가장 큰 자랑이다. 우리는 감정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우리의 성장을 스스로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내 감정을 스스로 믿지 못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영화를 보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친구가 내게 “영화 어떻게 봤어?” 하고 물었다. 친구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나는 나의 감정을 점검하며 어떻게 말을 해야 맞는 걸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냥 재미있었다, 재미없었다, 슬펐다, 짜릿했다. 그렇게 내가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그렇게 ‘정답’을 고민했던 걸까? 그건 내가 나의 감정을 믿지 못하고 의심해서였다. 그 친구가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떨어졌던 것 같다. 하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니 영화의 지식적인 측면이라면 모를까, 감정적인 측면에서까지 자신감이 없을 이유는 없었다. 그런 나 자신을 발견하고 이런 결심을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 앞에서도 내 감정만큼은 스스로 믿자. 나의 이성은 못 믿을지언정 내 감정만큼은 믿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지나온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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