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

나에게 보내는 편지

by 레드

최근 감정에 무뎌지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아픔을 잘 느끼는 사람이기에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그는 내가 최근 실연당한 일을 언급하며 괜찮냐고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마음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관계는 상호적인 것이어서 내가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상대방이 아니라고 하면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괜찮다고 나는 말했다. 상대방은 그런 게 괜찮지 않은 거라고 지적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어쩔 수 없는 것과 괜찮은 것은 별개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쉽게 단념하는 편인 것 같다. 안 되는 일은 어차피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물론 사람 마음은 종이가 아니어서 뜻대로 쉽게 접히진 않는다. 그러나 마음이 끊기지 않더라도 안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 된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 마음이 참으면 된다. 응축된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터였다. 나는 가슴 밑이 꽉 막혔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 또한 어쩔 수 없이 지나야만 하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내가 괜찮던가.


어차피 되지 않을 것에 마음을 끊는 것이 왜 괜찮은 상태라고 나는 생각했는지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잘 모르겠다.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힘들면 그건 괜찬은 것이 아닌 힘든 것이다. 나는 힘들어 하면서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상황에서 힘든 것은 당연히 겪어야 할 일이고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힘든 상황에 내몰리는 것이 필연적이라면 그것은 힘든 것이 아니라 괜찮은 것이다. 그 아픔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기 때무이다.


상대방은 내가 힘들어했다는 사실을 잘 안다고 했다. 그렇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힘들었고 마음이 괜찮지가 않았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나타나자 괜찮은 줄 알았던 마음이 울컥했다. 실연 당했을 때 나는 슬펐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대방 때문에 화가 났다. 무엇보다 나는 그리웠다. 그런데 어떠냐고 물었을 때 괜찮다고 하다니, 나는 어쩌다가 괜찮다고 느끼기로 결심하게 된 것일까. 어쩌다 내 뇌는 내가 괜찮은 상태라고 속이려고 한 것일까. 언제부터였을까.


솔직한 생각을 말하자면 이렇다. 나는 내가 왜 괜찮다고 말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힘든 상황에서도 괜찮아야만 하는 상황이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괜찮지 않으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었을까. 친한 친구 한명이 생각난다. 사람들은 친구를 보면 잘 지내냐고 물었고 친구는 잘 지내지 않으면 어쩔 거냐고 반문했다. 나는 친구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슬프다. 잘 지내지 않으면 괜찮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기에 잘 지내고 있다고 믿어야 하는 상황이지 않았을까.


친구가 내게 힘들다고 말했다면 나는 친구를 위로해줬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친구가 잘 지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고, 잘 지낼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으며, 그렇기에 괜찮을 것이라고, 아니 괜찮을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내가 친구에게 위로를 건네지 못한 것이 미안하진 않다. 때로는 괜찮지 않은 상태를 모른 척하는 것이 더 괜찮은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친구가 이 사실만을 알면 좋겠다. 잘 지내지 않아도 되고 괜찮지 않다고 말해도 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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