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과 비행기
가까이 있을 때는 몰랐다. 사라지니 빈자리가 느껴졌다. 내게 이미 그 사람을 위한 자리가 마련돼 있던 것이었다. 언제 자리를 잡은 걸까. 처음에는 가벼운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진지해지는 것을 거부하는 듯한 태도들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끌림이 있었고 그래서 옆에 있었다. 옆자리가 내가 마련해둔 자리였다.
마음이 착 가라앉았다. 헤어진 다음날은 월요일이었고 나는 차분히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차분한 척은 오래가지 못했다. 우리의 미래를 겪어보지도 않은 채 재단하는 것은 부당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이미 미래를 그리고 있던 것이었다. 혼자 외롭게 남은 마음이 서러워 흐느껴 울었다.
정신을 차리니 이런 질문이 던져졌다. 나는 왜 항상 우두커니 혼자 남켜진 채 서있는 입장이 되는 걸까. 사랑에 있어 사람은 두 종류다. 비행기와 공항이다. 공항은 비행기를 기다리고 비행기는 공항을 찾는다. 나는 떠나간 비행기가 떠난 하늘의 빈자리를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시선을 돌릴 수도 있었지만 자꾸 그곳에 시선이 머물렀다. 나는 우두커니 앉아 멍하니 한곳만 응시했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라면 행복은 상호적이다. 그 사람은 대뜸 연락하더니 나를 추앙하겠다고 했다. 받기만 하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책임 없는 관계가 되자고 했다. 얼떨떨해져 답을 잇지 못했다. 한번도 생각지 못한 관계였다. 그런데 사랑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좌절의 조건이라면 사랑하지 못한 채 사랑받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전혀 새로운 형태의 짝사랑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수락했다. 옆에 남아있을 수 있다면 뭐든 좋았다. 관계의 정의가 뭐든 빈자리를 다시 채울 수 있으면 좋았다. 그게 옆자리가 아니어도 좋았고 그로 인해 내가 불행해지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면서도 좋다고 했다. 멍하니 바라본 곳에 비행기가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내게는 영원히 오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렇다. 나는 그 옆에 머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