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든 보고서든 읽다 보면 끊어 읽을 데가 있다.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지 고민될 때가 있다.
막히는 글은 부담감이 있다. 첩첩산중에서 막막한 기분이 드는 때와 별다르지 않다. 문장이 길더라도 자연스레 읽히면 글쓴이의 수고가 녹아 있는 글이다. 호흡을 조절하고 리듬을 타 제 삼자의 입장에서 쓴 글이다.
읽는 사람을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한다. 독자의 입장에서 글이 쓰여야 한다.
작품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은 독자들의 몫이다. 독자들을 위한다고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상황을 장황하게 늘어놓을 필요까지 없다.
주제나 소재를 말해주지 않아도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어떤 뜻을 전하려고 하는지 독자들은 너무나 잘 안다. 독자 스스로 단어를 굴리고 문장에 생각을 입히고 덧칠해 해석한다.
글의 흐름이 막히는 건 쓸데없이 긴 문장을 고집하는 경우에 생긴다. 다 그런 건 아니어도 글의 양을 늘리려는 욕심이 작용한 결과다.
또 하나는 형용사나 부사 등 쓰지 않아도 의미 전달이 되는데 그런 것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경우에도 생겨난다. 읽다가 막히는 글은 그 뜻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짜증이 나 글 읽기를 멈추게 한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글을 써 놓고 눈으로 읽지 말고 독자의 입장에서 소리 내어 읽어 보라.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글을 읽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피돌기가 시원치 않은 동맥경화 현상과 차이가 없다. 호흡하기 곤란한 글은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을 거니는 것과도 같아 끊어 읽기 좋게 써야 한다. 어디에서 멈췄다가 읽어야 할지 막막하게 하지 말고,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자연스레 써 내려가야 한다.
한 단락엔 그 단락에 해당되는 내용만 담겨야 한다. 즉, 같은 내용의 흐름이 이어져야 한다. 봄 이야기를 하다가 갑작스레 겨울 이야기를 꺼내면 그 사람이 추워 보이듯, 전달하는 내용이 이거다 저거다 왔다 갔다 하면 어수선할 뿐이다.
글은 통일성이 있고 간결해야 한다. 독자의 가슴에 글이 잘 스며들도록 글 길을 내는 일이다. 문장을 살펴 덜어낼 건 덜어내고 새로운 것을 채우는 수고를 잊지 않아야 한다. 바위산을 넘는 것 같고 돌부리에 채일 것 같은 호흡 곤란한 글에서 벗어나도록 글의 흐름을 매끄럽게 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혼돈 없는 글이어야 한다. '호흡 조절'이 되도록 글에 길을 내야 한다. 리듬이 있는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글의 마지막에 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내용이 쏙 들어올 뿐만 아니라 글쓴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다.
작가는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만 쓰면 된다.'라는 말을 하면 글을 쓰는 작가에게 너무 혹독한 주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