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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당 Oct 17. 2023

조상님이 보내오신 선물

  아내가 나이 들어가면서 기침을 한다. 헌신과 봉사로 집안을 바로잡고 자식 키워내느라 몸 부서지는지 모르고 지내온 증표가. 딱하기도 하고 안쓰럽기 짝이 없.

  나는 추석이 다 어느 날 조상님 산소  소나무 근처에서 영지버섯을 발견했다. 몇십여 년을 벌초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다. 간간이 도토리와 밤을 줍기는 했어, 운지버섯 아닌 그 귀한 영지버섯 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참으로 기한 일이다. 니, 영토다. 작년 추석 무렵 그 주변에서 박을 딴 일이 있다. 제비가 이곳 산소까지 박 씨를 물어 어트리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찌 그런 신비로운 일연이어 벌어질까.

 산이 야트막하고 신작로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어, 이런 곳에서도 영지버섯이 자랄 수 있을 의아했다. 쩌면 이것은 아내가 시집와 그동안 고생한 나날에 대한 보상으로 조상님이 작으나마 선물로 보내주신 것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기도 큰 여러 송이의 귀하고 귀한 것을 내주셨으니 조상님의 은덕이 아니고 무엇이랴.


 영지버섯의 효능은 다양하다고 알려져 있다. 항암작용에 면역력을 높이고 몸속의 노폐물 제거하는가 하면 노화 예방에도 특효가 있다. 진시황마저 불로초라 여기며 소중하게 다  귀한 것이 내게로 오다니! 영지버섯 손수 딴 것도 처음이고, 무더기로 자라고 있는 것을  것도 처음이다. 신기하고 신하다.

 금초를 끝내고 버섯을 정성스레 포장해 집에 가져와서는 곳곳에 뭍은 흙이며 이물질을 제거하 그늘에 말려두었다. 블로그나 각종 영상 매체에 영지버섯의 효능과 먹는 방법이 무수히 나와 있어도 어떻게 먹어야 할까 판단이 서지 않다. 며칠 고민 끝에  석을 단정하게 맞으려고  이발소에 들렀다.

명절이 낼모레인데도 손님이 많지 않다.

신사 한 분이 머리를 깎고 나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이발사는 싹둑싹둑 머리카락을  다. 내 얼굴에  러난 근심거리마저 도려내려는 듯 손길이 바쁘다. 그때 스포츠머리얼굴빛이 거무스레한 분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숨 돌릴 시간도 없이 능이버섯을 가져왔다며 이발사에게 건네는 장면이 거울을 통해 들어온다. 이것도 우연인가. 조상님의 보살핌인가.

 그는 틈만 나면 산에 오르며 버섯을 채취고 나눠 먹기도 하는 버섯 마니아 같았다.  이년 전 이발사를 통해 표고버섯 두 상자를 적이 있는데,  장본인인가? 둘 사이의 관계가 보통은 너머 보인다. 옆집에 살면서 담 너머로 떡 나눠 먹는, 심심하거나 입이 구진 할 때 전화하면 ' 알았어. 금방 나갈게.' 할 정도로 나누는 이야기가 살우며 구순하다. 으음, 이참에 그동안 풀지 못했던 수수께끼 풀어볼까 하는 심정으로 무례함을 알면서도 그들의 대화에 끼어다.


 “얼마 전에 영지버섯을 구했는데, 어떻게 먹어야 몸에 좋, 효능은요?”

 

별 다르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단 한 가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내용이 있다. 버섯을 아무리 손질을 잘해 그늘에 린다 해도 균이 잔재하고 있어 오래 두다 보면 썩는다고 했다. 찜 솥에 넣어 적당한 시간 쪄 낸 다음 그늘에 말려 두면 오래 두고 먹어도 탈이 없으니 반드시 그렇게 하라고 일러준다. 성분이 되게 진해 여러 차례 끓여,  끓인 것을 혼탕 하여 희석해 먹으라는 당부도 지 않는다.  

그렇게 진득한 대화가 이어지고 이발을 끝내고 나오는 참에 이발사 능이버섯 보자기에 묻어온 영지버섯 몇 개를 건넨다. 그 귀한 것을 그냥 가져갈 수 없다 손사래처도 사양하지 말라며 손에 쥐여준다. 이분 아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는가. 종갓집에 시집와 갖은 일 하며 땀 흘리고 속이 문드러진 세월을 고 있는 듯했다.

 그다음 날 손질해 말려둔 버섯을  찜 솥에 넣은 다음 10여 분 정도 쪄냈다. 렇게 긴 시간이면 찌개가 끓고 고등어가 익혀 나오고도 남는 시간이건만 생 것인지, 쪄낸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속 단단했다. 나중에 차를 끓일 때마다 적당한 크기로 자르는 것이 엄두가 나지 을 것 같았다.  내자마자 가위질했다. 재차 그늘에 말릴 것은 말리고, 그 일부를 주전자에 넣고 시험 삼아 영지버섯 차를 끓였다. 쓴맛이 강하다고 대추를 넣니 불그스레하면서도 약간은 거무스레깔이 우러난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맛을 음미한다. 쌉싸름하면서도 달착지근하다. 혀에 감긴다. 여러 번 우려먹어도 효험 있는 영지버섯, 몇 모금에도 힘이 솟는 듯하다. 면역력에 좋고 노화 예방에도 다고 하는데, 이 분 저분 마음까지 담아 려냈으니 기침 멈추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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