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나이 들어가면서 기침을 한다. 헌신과 봉사로 집안을 바로잡고 자식 키워내느라 몸 부서지는지 모르고 지내온 증표인가. 딱하기도 하고 안쓰럽기 짝이 없다.
나는 추석이 다가오던 어느 날 조상님 산소옆 소나무 근처에서 영지버섯을 발견했다. 몇십여 년을 벌초하면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간간이 도토리와 밤을 줍기는 했어도, 운지버섯도아닌 그 귀한 영지버섯이그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아니, 묘한 영토다. 작년 추석 무렵에는 그 주변에서 박을 딴 일이 있다. 제비가 이곳 산소까지 박 씨를 물어 떨어트리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찌 그런 신비로운 일이 연이어 벌어질까.
산이야트막하고 신작로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어, 이런 곳에서도 영지버섯이 자랄 수 있을까의아했다. 어쩌면 이것은 아내가 시집와 그동안 고생한 나날에 대한 보상으로 조상님이 작으나마 선물로 보내주신 것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기도 큰 여러 송이의 귀하고 귀한 것을 내려주셨으니 조상님의 은덕이 아니고 무엇이랴.
영지버섯의 효능은 다양하다고 알려져 있다. 항암작용에 면역력을 높이고 몸속의 노폐물을 제거하는가 하면 노화 예방에도 특효가 있다. 진시황마저 불로초라 여기며 소중하게 다뤘다는그 귀한 것이 내게로 오다니! 영지버섯을 손수 딴 것도 처음이고, 무더기로 자라고 있는 것을 본 것도 처음이다. 신기하고 신통하다.
금초를 끝내고 버섯을 정성스레 포장해 집에 가져와서는 곳곳에 뭍은 흙이며 이물질을 제거하여우선 그늘에 말려두었다.블로그나 각종 영상 매체에 영지버섯의 효능과 먹는 방법이 무수히 나와 있어도 어떻게 먹어야 할까 판단이 서지 않았다. 며칠고민끝에 추석을 단정하게 맞으려고 단골 이발소에 들렀다.
명절이 낼모레인데도 손님이 많지 않았다.
신사 한 분이 머리를 깎고 나간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이발사는 싹둑싹둑 머리카락을자른다. 내 얼굴에 드러난 근심거리마저 도려내려는 듯 손길이 바쁘다. 그때 스포츠머리에 얼굴빛이 거무스레한 분이문을 열고 들어온다. 숨 돌릴 시간도 없이 능이버섯을 가져왔다며이발사에게 건네는 장면이 거울을 통해 들어온다. 이것도 우연인가. 조상님의 보살핌인가.
그는틈만 나면 산에 오르며 버섯을채취해 팔고 나눠 먹기도 하는 버섯 마니아같았다. 이년 전에 이발사를 통해 표고버섯 두 상자를 산 적이 있는데, 그 장본인인가?둘 사이의 관계가 보통은 너머 보인다. 옆집에 살면서 담 너머로 떡 나눠 먹는, 심심하거나 입이 구진 할 때전화하면 ' 알았어. 금방 나갈게.' 할 정도로 나누는 이야기가 살가우며구순하다. 으음, 이참에 그동안 풀지 못했던 수수께끼나 풀어볼까 하는 심정으로무례함을 알면서도 그들의 대화에 끼어든다.
“얼마 전에 영지버섯을 구했는데, 어떻게 먹어야 몸에 좋아요, 효능은요?”
별 다르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단 한 가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내용이 있었다. 버섯을 아무리 손질을 잘해 그늘에 말린다 해도 균이 잔재하고 있어 오래두다 보면 썩는다고 했다. 찜 솥에 넣어 적당한 시간 쪄 낸 다음 그늘에 말려 두면 오래 두고 먹어도 탈이 없으니 반드시 그렇게 하라고 일러준다. 성분이 되게 진해 여러 차례 끓여, 그끓인 것을 혼탕 하여 희석해 먹으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그렇게 진득한 대화가 이어지고이발을 끝내고 나오는 참에 이발사가내게 능이버섯 보자기에 묻어온 영지버섯 몇 개를 건넨다. 그 귀한 것을 그냥 가져갈 수 없다며손사래처도 사양하지 말라며 손에 쥐여준다. 이분도아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는가. 종갓집에 시집와 갖은 일 하며 땀 흘리고 속이 문드러진 세월을알고 있는 듯했다.
그다음 날 나는 손질해 말려둔 버섯을 찜 솥에 넣은 다음 10여 분 정도 쪄냈다. 그렇게 긴 시간이면 찌개가 끓고 고등어가 익혀 나오고도 남는 시간이건만 생 것인지, 쪄낸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속이 단단했다. 나중에 차를 끓일 때마다 적당한 크기로 자르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쪄 내자마자 가위질했다.재차 그늘에 말릴 것은 말리고, 그 일부를 차 주전자에 넣고 시험 삼아 영지버섯 차를 끓였다. 쓴맛이 강하다고 해 대추를 넣었더니 불그스레하면서도 약간은 거무스레한 빛깔이 우러난 게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맛을 음미한다.쌉싸름하면서도 달착지근하다. 혀에 감긴다. 여러 번 우려먹어도효험 있는 영지버섯, 몇 모금에도 힘이 솟는 듯하다. 면역력에 좋고 노화예방에도 좋다고 하는데, 이 분 저분 마음까지 담아 우려냈으니 기침 멈추는 것은 시간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