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다 보면 패턴이 뻔하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위로 올라간다. 성과가 좋을수록 더 높은 자리를 맡게 된다. 대부분의 조직이 이 공식을 별다른 의심 없이 사용한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면, 실무자가 쓰는 근육과 관리자가 써야 하는 근육은 다르다. 한 업무를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한다고 해서, 사람과 예산, 방향을 다루는 자리에 그대로 옮겨지는 건 아니다.
실무에서 에이스였던 사람이 팀장이 된 순간부터 숨이 턱턱 막히는 장면을 우리는 한 번쯤 본다. 승진이 몇 번 반복되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속도가 꺾인다. 명함에 적힌 직급은 올라가 있는데, 머릿속과 몸은 아직 예전 역할에 붙잡혀 있는 상태다. 새 자리에서 요구하는 감각과 판단은 준비가 덜 되어 있는데, 자리는 이미 위층으로 올라가 버린다. 그때부터는 더 위로도 못 가고, 그렇다고 아래로 내려갈 수도 없는 애매한 층에 갇힌다.
그 사이에 성과는 서서히 떨어지고, 평판도 같이 흐려진다.
예전에는 누구보다 믿음직했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결정이 느리다”, “팀을 못 이끈다”는 말을 듣는다. 본인도 알고 있다. 예전만큼 해내지 못한다는 걸.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순간, 주변 사람들도 예전처럼 믿기 어렵다.
이런 일이 한두 사람에게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조직이 현재 성과만 보고 승진 버튼을 계속 누를수록, 자리와 어울리지 않는 관리자가 조금씩 늘어난다. 시간이 지나면 팀과 회사의 중간 자리는 “실무는 훌륭했지만 관리에는 맞지 않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다. 속도는 분명히 느려지고, 방향도 흐려진다. 그래서 승진을 단순히 “고생했으니 올려준다”는 보상으로만 다루면 안 된다. 앞으로 맡게 될 역할을 버틸 준비와 역량이 있는지, 조직과 개인이 함께 냉정하게 확인해 보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승진 자체보다 “새 자리에서 버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질 수 있을 때, 회사도 사람도 덜 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