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가 아닌 '성장을 위한 진단'이 필요한 이유
대다수의 회사들은 12월만 되면 사무실 분위기가 묘하게 어수선하다.(재직 중인 회사는 5월 회사라 3-4월에 그렇다) 누군가는 남은 연차를 쓰느라 자리를 비우고, 누군가는 의미 없는 송년회 일정에 한숨을 내쉰다.
경영자들에게 연말은 그저 '부산스러운 시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업 경영에서 12월은 단순한 마침표가 아니다. 오히려 내년의 승패를 가름하는 골든타임에 가깝다. 실제로 사업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고 실행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30% 더 빠르게 성장한다는 통계도 있다.
지금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내년 조직의 생존 확률이 129%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12월의 파도를 타야 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은, 연말의 경영자에게 가장 뼈아픈 조언이다.
대부분의 리더가 연말에 '평가'를 한다.
나는 '진단(Assessment)'이라는 표현을 더 선호한다.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살피는 건 점수를 매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잘 키우기 위해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보상을 깎으려는 평가가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진단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절대 평가다.
등급 인플레이션을 경계하고, 우리 회사가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김 대리, 내년엔 이런 부분에 더 도전해 보면 어떨까?"라는 대화가 근무평가보다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런 대화가 없는 평가는 팀원들에게 그저 '팀장이 내 노고를 모른다'는 서운함만 남길뿐이다.
가장 흔히 범하는 실수는 올해 성과가 좋으니 승진 추천한다는 식의 보상이다.
단언컨대, 성과에는 보상을 주고 역량에는 승진을 줘야 한다. 일시적인 성과는 근무평가 상위등급으로 갚아줄 수 있지만, 승진은 그 직급에 맞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릇'이 증명되었을 때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실무 능력이 좋으면 대리, 과장이지만, 한 팀을 이끌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매니저다. 그리고 그 팀장들을 이끌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부서장의 자격이 생긴다. 승진은 대표가 주는 시혜적인 자리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역량에 대한 회사의 공식적인 인정이다.
이 기준이 흔들리면 조직의 위계는 무너지고 유능한 이들은 떠난다. 올해 우리 조직에서 누가 진짜 '역량'을 증명했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어떤 명예를 부여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
그것이 지금 경영자가 해야 할 가장 고독하고도 중요한 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