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할 수 없는 어둠 앞에 선 당신에게
가끔은 내가 누구인지, 내 욕망의 끝이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는 짙은 어둠 속에 갇힌 기분이 든다. 남들은 다들 명확한 목적지를 향해 빛 속을 걷는 것 같은데, 나만 발밑조차 보이지 않는 진흙탕을 헤매는 듯한 느낌. 그럴 때면 타인의 응원조차 칼날처럼 아프게 다가온다. "힘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들은 사실, 빛의 자리에 서 있는 자들의 무지한 오만일지도 모른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그의 저작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 중 〈밤의 노래(Das Nachtlied)〉에서 마음을 꿰뚫는 질문을 던진다.
"Wie sollte das Licht des Tages wissen, wie tief die Dunkelheit ist?"
"한낮의 빛이 어찌 어둠의 깊이를 알겠는가."
니체의 말을 나는 이렇게 본다
‘빛’은 의식과 명료함, 도덕과 이성을 뜻한다. 반면 ‘어둠’은 고통과 욕망, 그리고 삶의 날것 그대로인 심연을 의미한다. 겪어보지 않은 자는 이해할 수 없고, 밝은 자리에서 안전하게 서 있는 이는 결코 어둠을 통과하는 자의 깊이를 재단할 수 없다는 서늘한 선포 같다.
니체의 이 문장을 아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삶의 어둠을 정면으로 통과해 본 사람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다른 언어'를 갖게 된다. 자신의 욕망조차 알 수 없어 어둠 속에 계신 분들께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당신은 지금 한낮의 빛이 감히 알 수 없는 인생의 깊이를 통과하고 있다고...
이것은 추락이 아니라 침잠이다.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만 자라나는 단단한 내면의 무늬를 새기는 과정이다. 그러니 섣불리 밝은 곳으로 뛰쳐나가려 애쓰지 말기를. 당신의 심연은 설명하는 말이 아니라, 훗날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진실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