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겨울, 우리가 회사에서 선을 긋는 이유

좋은 울타리가 좋은 동료를 만드는 법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는 가족이다", "형, 동생처럼 지내자"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회사는 관계를 쌓는 놀이터가 아니라, 엄연히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곳이다. 이 본질을 잊고 감정의 온도를 무리하게 높이는 순간, 비극은 소리 없이 시작된다.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는 인간관계의 이런 딜레마를 '고슴도치 우화'로 설명했다.

몹시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들은 얼어 죽지 않으려고 서로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너무

가까워지자 서로의 날카로운 가시가 몸을 찔렀다. 아픔을 못 이겨 다시 멀어지면 추위가 닥쳤고, 다시 다가서면 또 가시에 찔렸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그들은 깨달았다. 온기는 나누되 가시에는 찔리지 않는 '딱 그만큼의 거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요.

„Die mittlere Entfernung, die sie endlich herausfinden, und bei welcher ein Zusammenseyn bestehn kann, ist die Höflichkeit und feine Sitte. “ — Arthur Schopenhauer, Parerga und Paralipomena, Zweiter Band, 「Gleichnisse, Parabeln und Fabeln」, §396


그들이 마침내 찾아낸 적당한 거리, 그리고 함께 있음이 가능해지는 그 거리는 예의와 세련된

품위다.”

회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람이 가까워지면 누구나 예외 없이 선을 넘게 된다.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라는 말 한마디는 상대에게 거절 못 할 강요가 되고, 사적으로 나눈 고민은 이해관계가 얽히는 순간 가장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업무 피드백조차 '감정'이 섞이면 논리는 사라지고 서운함만 남는다. 일이 잘 풀릴 때는 단짝 같지만, 사고가 터지면 상황은 180도 바뀐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악연이 되어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 너무 많이 봤다.


​직장인에게 가장 정직한 성적표는 '인기투표'가 아니라 '인사고과'이다. 사람 좋다는 평판보다 내 몫을 제대로 해냈다는 증명이 나를 끝까지 지켜준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는 단단한 울타리의 중요성을 이렇게 노래했다.


​"Good fences make good neighbors."
- Robert Frost, <Mending Wall>

좋은 울타리가 좋은 이웃을 만든다.



서로 차갑게 등 돌리고 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직장 안에서 서로를 존중하되, 상대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나를 지키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가장 어른스럽고 현실적인 태도이다. 고슴도치들이 찾아낸 그 '적당한 거리감'이야말로 우리가 이 어려운 회사 생활을 가장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버텨낼 수 있게 만드는 버팀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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