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가장 흔히 저지르는, 그러면서도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실수는 물고기가 시름시름 앓을 때 물고기 자체를 탓하는 일이다. 사람을 교체하고 평가 시스템을 더 촘촘하게 짜면 해결될 거라 믿지만, 물고기의 상태는 결국 그를 감싸고 있는 물의 결과일 뿐이다.
품질 경영의 거장 에드워즈 데밍은 이를 아주 서늘하게 꼬집었다.
"나쁜 시스템은 언제나 좋은 사람을 이긴다(A bad system will beat a good person every time)."
결국 물고기가 병들었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물고기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어항의 pH 농도와 수온을 체크하는 일이다. 리더는 물고기를 가르치는 조련사가 아니라, 물고기가 숨 쉴 수 있는 '물'을 관리하는 설계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요리 경연에서 예순을 넘긴 노장 셰프가 보여준 그 뜨거운 에너지를 보며 나는 이 시스템의 본질을 다시 생각했다. 하얀 밀가루 가루가 흩날리는 속에 비친 건 나이라는 숫자를 무색하게 만드는 '기백' 그 자체였다.
사무엘 울만은 그의 시에서 청춘을 인생의 기간이 아닌 '마음의 상태(Youth is not a time of life; it is a state of mind)'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하고 활기찬 물고기라도 탁한 어항 속에 갇히면 그 기백은 금세 사그라진다. 리더가 관리해야 할 물의 성분은 명확하다. 구성원이 '가볍게, 나답게, 다르게' 유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먼저, '가볍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불필요한 위계와 복잡한 절차라는 부유물이 가득한 물속에서 물고기는 금방 지친다.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덜어내주는 것, 그것이 리더가 해야 할 첫 번째 물 관리다.
다음은 '나답게'다. 조직에서의 시스템은 구성원 각자가 가진 고유의 결을 파괴하지 않아야 한다. '나다움'이 보장될 때 사람들은 비로소 억지스러운 유영을 멈추고 가장 자연스러운 속도로 나아간다. 이것이 공감을 넘어선 신뢰의 본질이다.
마지막으로 '다르게' 헤엄칠 자유를 주어야 한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만 가야 하는 경직된 물줄기에서는 혁신이 태어날 수 없다. 서로 다른 지느러미 짓을 존중하고, 그 다름이 섞여 풍성한 흐름을 만들 때 어항은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가 된다.
사소한 일에 매몰되지 않고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가벼움'은 리더가 제시하는 명확한 비전과 불필요한 간섭의 제거에서 나온다. 또한 물고기가 제 지느러미를 가장 솔직하게 흔들 수 있도록 '나다움'을 허용해야 한다. 타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되 정답은 스스로 고를 수 있는 신뢰, 내가 나를 믿어줄 때 조직도 활기를 얻는다. 랄프 왈도 에머슨은 "세상이 끊임없이 당신을 다른 무언가로 만들려 할 때 나답게 남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성취"라고 말했다. 남과 조금 다르면 어떤가. 그 다름을 솔직하게 내보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온전한 몰입이 시작된다.
리더십은 물고기의 꼬리짓을 하나하나 지시하는 기술이 아니라, 그가 마음껏 '나다울' 수 있는 맑은 물줄기를 터주는 예술이다. 당신의 어항은 지금 누군가의 청춘이 유영하기에 충분히 투명한지요? 시든 결과물을 탓하기보다 어항의 수질을 먼저 점검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