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빚은 가짜가 시장을 장악한다

리버스 시뮬라크르 전략

후덕죽 셰프가 당근 딤섬을 내놓으며 던진 한마디,

"진짜를 가지고 가짜를 만들었어요"는 단순한 요리법이 아니다.

보통은 가짜를 어떻게든 진짜처럼 보이게 하려 애쓰는 게 세상의 이치다. 하지만 대가는 거꾸로 진짜 식재료를 완벽하게 장악한 뒤, 그것을 재료 삼아 당근이라는 '가짜'를 연기한다. 이 기묘한 역설이 주는 지적 쾌감은 딤섬의 맛보다 훨씬 강렬하다.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가 실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복제물을 뜻한다면, 이 딤섬은 그 개념을 뒤집는 ‘리버스 시뮬라크르’의 정수다.


보드리야르는 그의 저서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에서 이렇게 말했다.


​"Le simulacre n'est jamais ce qui cache la vérité — c'est la vérité qui cache qu'il n'y en a pas. Le simulacre est vrai."
— Jean Baudrillard, Simulacres et Simulation (1981)


"시뮬라크르는 결코 진실을 숨기는 것이 아니다. 진실이야말로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숨긴다. 시뮬라크르는 참되다." — 장 보드리야르,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비즈니스에서 이 논리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수많은 브랜드가 '진정성(Authenticity)'을 외치지만, 대중은 이제 그 외침조차 마케팅으로 읽어낸다. 이때 필요한 것이 리버스 시뮬라크르다.


날것의 진실(Real)을 숨기지 않되, 그것을 압도적인 기술과 미학으로 가공하여 매혹적인 환상(Sign)으로 내놓는 것이다. 애플(Apple)이 복잡한 기술력을 감추고 '극도로 단순한 형태'를 내놓는 것, 명품 브랜드가 장인의 숙련된 노동을 '우아한 이미지' 뒤로 숨기는 것이 바로 이 문법이다.

개인 브랜딩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실력 있는 전문가다"라고 백번 외치는 것보다, 자신의 20년 내공을 '가볍고 유쾌한 콘텐츠'라는 가짜 껍데기에 담아낼 때 아우라가 발생한다.


발터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원본의 현존성은 진품성(Authenticity)이라는 개념을 성립시키는 전제 조건이다(The presence of the original is the prerequisite to the concept of authenticity)"라고 짚었다.



​실력이라는 원본이 현존할 때, 그 위에 씌워진 위트와 연기는 가짜가 아니라 ‘대가의 여유’로 해석된다. 본질을 장악한 사람만이 부릴 수 있는 이 유쾌한 전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이면의 깊이를 궁금하게 만든다. 진짜를 재료로 가짜를 빚어낼 수 있는 힘은, 결국 시장의 고정관념이라는 껍데기를 깨는 해방감을 선사한다.


(1) 제품의 기능을 나열하지 마라. 그 기능이 가능하게 만드는 '영화 같은 경험'을 제공하라. 단, 그 경험의 밑바닥에는 타협하지 않는 기술적 실재가 깔려 있어야 한다. 그래야 '리버스 시뮬라크르'가 완성된다.


(2) 전문성을 '유머' 뒤에 감춰라

지식의 무게로 독자를 짓누르지 마라. 대가는 어려운 것을 쉽게, 무거운 것을 가볍게 전달한다. 당신의 깊은 내공을 '가짜'처럼 가벼운 태도에 담아낼 때, 대중은 당신의 진짜 가치를 발견하고 소름 돋아할 것이다.


(3) 인지적 불협화음을 설계하라

당근 딤섬처럼, 고객이 예상하는 형태와 실제 내용물 사이의 간극을 만들어라. 낡은 한옥에서 나오는 최첨단 서비스, 차가운 기계적 인터페이스 뒤에서 느껴지는 극도의 인간미. 이 반전이 강력한 브랜드 팬덤을 만든다.


(4) 가짜가 완벽할수록 진짜가 빛난다

겉으로 보이는 퍼포먼스가 완벽하고 화려할수록, 사람들은 그 뒤에 숨은 '얼마나 대단한 진짜가 있길래 저런 가짜를 빚어냈을까' 하는 경외감을 갖게 된다.


(5) Unlearn의 미학

"전문가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파괴하라. 진짜 실력을 갖춘 뒤에는 그 실력을 배신하는 듯한 '파격'을 선보여라. 그것이 변화하는 시대에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유일한 길이다.


작가의 이전글빌런을 방치하는 동안, 진짜 인재들이 짐을 싸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