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확신과 서류 사이의 거리

구두 약속은 계약이 아니다

이직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상태는 '들떠 있는 상태'다.


구두 오퍼(Verbal offer)를 받았을 때의 그 고양감.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서명된 계약서(Written offer)가 메일함에 꽂히고 평판 조회(Background check)가 끝났다는 통보를 받기 전까지 당신은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


회사의 사정은 내부 정치나 예산 삭감 한 번에 뒤집힌다. "거의 다 됐다"는 채용 담당자의 말만 믿고 현 직장에 사표를 던지는 건, 구명조끼도 없이 배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같다. 상황은 언제든 변하고, 기업은 당신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확정이라는 도장이 찍힐 때까지는 철저히 현 직장의 구성원으로 연기하며 침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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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곳 이상의 선택지를 쥐게 되었을 때 발생하는 딜레마는 더 차갑게 다뤄야 한다.


이미 한 곳을 선택(Accept)했는데, 뒤늦게 더 좋은 조건의 회사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 말이다. 수락을 번복(Rescind)하는 건 분명 업계의 상도의를 어기는 일이고, 누군가에겐 당신의 이름이 나쁘게 기억될 '다리를 불태우는(Burning bridges)' 행위가 될 것이다.


괴롭겠지만 질문의 본질을 바꿔야 한다.

"누구에게 미안한가"가 아니라 "어디서 내 커리어가 더 빛날 것인가"로.


번복을 결정했다면 최대한 빠르게 하이어링 매니저에게 직접 사과하라. 구구절절한 변명은 필요 없다. 새로 가는 곳의 이름은 끝까지 비밀로 부치고, 한동안 링크드인(LinkedIn) 업데이트도 멈춰라. 예의라는 건 가끔 침묵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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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관문은 현 직장의 카운터 오퍼(Counter offer)다.


당신이 나간다고 할 때 비로소 연봉을 올려주겠다거나 직급을 제안하는 건,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당신을 과소평가해 왔다는 증거다.


카운터 오퍼를 수락하고 남은 이들의 90%가 1년 안에 다시 짐을 싼다.

퇴사를 결심하게 했던 근본적인 환경이나 사람의 문제는 돈으로 치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미 '떠나려 했던 사람'으로 낙인찍혔고, 회사는 당신의 대체자를 찾을 시간을 번 것뿐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하지만 본인이 그 1%의 예외에 해당할 거라는 낙관은 버리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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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은 미련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전장으로 나가는 결단이다.


"Trust, but verify." — Ronald Reagan (로널드 레이건)

"신뢰하되, 검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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