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헤드라인의 그늘
인사철만 되면 어김없이 ‘30대 임원’, ‘최연소 대표이사’ 같은 헤드라인이 도배된다.
일부 기업에선 이런 발탁 자체가 회사의 젊음을 증명하는 훈장이라도 되는 양 홍보에 열을 올린다.
사람들은 환호한다. 드디어 우리 조직도 젊어지는구나, 실력 있는 인재가 보상받는구나. 내 눈엔 그 화려한 헤드라인이 인재를 제물로 바치는 잔인한 퍼포먼스로 보인다.
“젊은 임원”이라는 상징만으로 조직의 개혁이 일어날 거라 믿는 건 순진한 착각이다.
조직의 노쇠함은 사람의 나이가 아니라, 낡은 의사결정 구조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경직된 문화에서 온다. 낡은 기계 장치 속에 번쩍이는 새 부품 하나를 억지로 끼워 넣는다고 기계가 갑자기 최신형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새 부품이 기존의 녹슨 톱니바퀴에 갉아 먹혀 망가질 뿐이다.
시스템은 그대로 둔 채 사람의 나이만 바꾸는 건, 개혁이 아니라 무책임한 방치다.
진정한 혁신은 '젊은 인재'를 뽑는 것이 아니라, 그 인재가 마음껏 헤엄칠 수 있도록 '어항의 물'을 가는 것이다.
젊은 리더가 기존의 관성을 거부했을 때 그를 보호해 줄 안전망이 있는가?
나이가 아닌 데이터와 논리가 승리하는 의사결정 체계가 갖춰져 있는가?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그 발탁은 유능한 인재 한 명을 홍보용으로 소모하는 누를 범하는 일이다.
이제 ‘누가’ 그 자리에 앉았느냐는 숫자 놀음에서 벗어나, 그가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인재를 지키는 것은 화려한 직함이 아니라 그를 지탱하는 견고한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