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치킨의 진실
엔비디아 직원들은 자신을 "엔비디언스(Nvidiains)"라고 부른다.
정확한 이직률 수치는 공개되지 않지만, 2024년 복수 언론 보도에서 "0%대"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실리콘밸리 평균 이직률(20~25%)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20% 이상이 10년 이상 근속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역시 공식 확인은 필요하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엔비디아가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강도 높은 업무 문화로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보통은 이렇게 안 돌아간다.
높은 업무 강도는 이직률을 높인다.
그런데 엔비디아에선 반대 현상이 벌어진다.
이유가 뭘까?
젠슨 황의 경영 방식에 답이 있다.
그는 60명의 직속 부하를 둔다. 경영학 교과서는 5~7명을 권장하는데, 황은 그 10배를 관리한다. 1:1 미팅도 하지 않는다. 모든 피드백을 공개 석상에서 한다.
2024년 6월, 황은 이렇게 설명했다.
"I don't do one-on-ones. Almost everything that I say, I say to everybody at the same time. I don't believe there's any information that only 1-2 people should hear about."_"난 1:1 미팅을 안 한다. 내가 말하는 거의 모든 것을 모두에게 동시에 말한다. 단 한두 명만 들어야 할 정보는 없다고 생각한다."
<Creator Economy, 2024년 6월 26일>
이게 다스베이더처럼 들릴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별명이 붙어 다닌다. 하지만 황은 해고를 극도로 꺼린다. 2008년 범프게이트 사건을 보자. 엔비디아의 GPU들이 대규모로 고장 났다. 기술적으로는 범프(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미세한 납땜)의 재질과 언더필(보호재) 선택이 잘못됐고, 열팽창 계산을 잘못해서 반복적인 열 스트레스로 균열이 생긴 것이었다.
2006~2008년 생산된 GeForce 8/9 시리즈, 일부 노트북용 칩들이 줄줄이 죽었다. 애플, HP, 델 등 주요 고객사들이 피해를 입었고, 소송이 이어졌다. 회사는 거의 망할 뻔했다. 황은 품질 관리 책임자를 워크숍에서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질책했다. 그런데 해고하지는 않았다. 공개적으로 책임을 묻되, 조직에서 내쫓지는 않은 거다. 이게 엔비디아 문화의 핵심이다. 투명한 피드백과 장기근속의 조합.
황은 대만에서 태어나 9살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영어도 못했고, 기숙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다. 10대 때 데니스에서 접시를 닦고 화장실을 청소했다. 2025년 11월 케임브리지 대학 연설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I used to wash dishes, and I used to clean toilets. I cleaned a lot of toilets... To me, no task is beneath me."_"나는 접시를 닦았고 화장실을 청소했다. 정말 많은 화장실을 청소했다... 내게는 어떤 일도 품위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Fortune, 2025년 11월 17일>
이런 배경이 그의 '과업 중심(task-oriented)' 리더십을 만들었다.
사람보다 일을 먼저 본다. 기한을 정하고, 체크하고, 누가 하든 상관없다.
2024년 60 Minutes 인터뷰에서 그는 "demanding(요구가 많은)", "perfectionist(완벽주의자)", "not easy to work for(같이 일하기 쉽지 않은)"라는 표현이 자신을 정확히 묘사하는지 질문받았다. 황은 "perfectly(완벽하게 맞다)"고 답했다.
"It should be like that. If you want to do extraordinary things, it shouldn't be easy." _"그래야 한다. 비범한 일을 하고 싶다면 쉬우면 안 된다."< Fortune, 2025년 11월 17일>
엔비디아는 팹리스(fabless) 회사다. 칩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 TSMC에 맡긴다. 그런데도 황은 제조업적 사고를 유지한다. 그는 아시아 제조업 강국들이 암묵지(tacit knowledge) 축적에 강하다고 본다. 오래 일하고, 오래 남고, 노하우가 쌓인다. 실리콘밸리식 빠른 이직과는 다른 길이다.
황은 이 두 가지를 섞었다.
아시아식 장기근속 + 미국식 극단적 투명성.
2024년 3월 스탠퍼드 연설에서 황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I wish upon you ample doses of pain and suffering... Greatness is not intelligence. Greatness comes from character. And character isn't formed out of smart people, it's formed out of people who suffered."_"나는 당신들에게 충분한 고통과 역경을 기원한다... 위대함은 지능이 아니다. 위대함은 인격에서 나온다. 그리고 인격은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고통받은 사람에게서 형성된다." < Fortune, 2024년 3월 13일>
황은 심지어 엔비디아 내부에서도 이 표현을 쓴다고 밝혔다.
"To this day I use the phrase 'pain and suffering' inside our company with great glee. I mean that in a happy way because you want to refine the character of your company."_"오늘날까지도 나는 회사 내에서 '고통과 역경'이라는 표현을 아주 기쁘게 쓴다. 긍정적인 의미로 하는 말이다. 회사의 인격을 다듬고 싶기 때문이다." < Fortune, 2024년 3월 13일>
2025년 10월, 황은 15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서울 강남의 깐부치킨에서 맥주를 마셨다.
소맥을 팔짱 끼고 마셨다. 황은 두 사람에게 25년 산 하쿠슈 위스키(병당 약 600만 원)와 소형 AI 슈퍼컴퓨터 DGX Spark를 선물했다. 황이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흔들며 "Wow"라고 외치자 식당 안이 웃음바다가 됐다. 그는 결국 "Everybody, dinner is free!"라고 외쳤고, 이재용이 1차 계산을, 정의선이 2차 계산을 했다.
식당을 나서며 황은 이렇게 말했다.
"This is the best way to enjoy chimaek."_"이게 치맥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이다." < New York Times / Fortune, 2025년 10월 31일>
그다음 날 강남 코엑스에서 GeForce 25주년 행사에 함께 섰다.
황은 무대에서 1996년 고(故)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받은 손 편지 이야기를 꺼냈다. 그 편지가 자신과 한국의 인연을 만들었다고 했다. 며칠 후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발표가 나왔다. 황은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함께 무대에 섰다. 엔비디아는 한국에 26만 개 이상의 GPU를 공급한다. 삼성, 현대, SK그룹이 각각 5만 개씩 받아서 AI 공장을 짓는다. 네이버는 6만 개를 쓴다. 한국 정부도 5만 개를 확보해서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만든다.
황은 이 날 이렇게 말했다.
"It's vital that we build the ecosystem, not just the AI infrastructure, of Korea... Korea has a chance to be one of the world's major AI hubs."_"한국의 AI 인프라만이 아니라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세계 주요 AI 허브 중 하나가 될 기회가 있다." < NVIDIA Blog, 2025년 10월 31일>
단순한 판매 계약이 아니다. 젠슨 황이 피지컬 AI, 즉 로봇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의 일부다. 엔비디아는 Isaac GR00T이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용 기반 모델을 공개했다. 이건 로봇의 '뇌'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하드웨어를 안 만들어도, 소프트웨어로 로봇 생태계를 장악하겠다는 거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로 같은 시장을 노린다. 머스크는 2025년에 5,000~10,000대, 2026년에 5만 대, 최종적으로 연 100만 대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가격은 대당 2만 달러 목표다. 그런데 현재 옵티머스는 많은 부분이 텔레오퍼레이션(원격 조종)에 의존한다. 2024년 10월 'We, Robot' 행사에서 술을 따르고 게임하던 옵티머스들은 사실 뒤에서 사람이 조종했다.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이 확인했다. 완전 자율이 아니란 얘기다.
황도 이걸 안다. 그래서 하드웨어 경쟁보다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집중한다. GR00T은 '로봇의 안드로이드'가 되려는 시도다. 백 개의 스타트업이 GR00T으로 로봇을 만들면, 엔비디아는 칩과 모델과 개발 스택을 팔아서 이긴다. 깊이보다 넓이에 베팅하는 거다. 그런데 일론 머스크는 깊이에 베팅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합, 빠른 반복, 데이터 축적. 테슬라는 이미 자율주행으로 이 전략을 증명했다. 옵티머스도 같은 길을 갈 수 있다. 할리우드 식당에 옵티머스를 배치한 건 TikTok 화제를 노린 것만은 아니다. 실제 환경에서 데이터를 모으려는 거다. 웨이모는 자율주행 차를 지오펜싱(제한된 지역)에서 굴렸다. 테슬라는 전 세계 도로에 풀었고, 실수로부터 배웠다. 로봇도 똑같이 하려는 거다.
황은 이걸 혼자 못 이긴다. 그래서 삼성, 현대와 손잡았다. 삼성은 반도체 제조 노하우가 있다. HBM4(차세대 AI 메모리)를 공동 개발한다. 황은 삼성 파운드리에 대한 신뢰를 이렇게 표현했다.
"I do have strong confidence in Samsung's technology."_ "나는 삼성의 기술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 < KED Global, 2025년 10월 31일>
현대는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로봇 제조 역량이 있다.
황은 이 동맹으로 테슬라를 견제하려 한다. 황은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With Hyundai Motor Group, one of Korea's industrial powerhouses and one of the world's leading mobility solution providers, we are creating intelligent vehicles and factories that will shape the future of the mobility industry worth trillions of dollars."_ "한국의 산업 강자이자 세계 최고의 모빌리티 설루션 제공업체 중 하나인 현대차그룹과 함께, 우리는 수조 달러 규모의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형성할 지능형 자동차와 공장을 만들고 있다." <NVIDIA Blog, 2025년 10월 31일>
황은 2025년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블랙록 CEO 래리 핑크와 대담하며 AI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프라 구축"이라고 묘사했다.
"We have to build the infrastructure necessary for all of the layers of AI above it... This is the largest infrastructure buildout in human history." _"우리는 그 위에 있는 AI의 모든 레이어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프라 구축이다." <NVIDIA Blog, 2025년 1월>
이게 깐부치킨의 진짜 의미다.
치킨과 맥주로 친목을 다지는 게 아니라, 일론 머스크와 싸우려면 삼성과 현대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황 혼자선 옵티머스를 못 이긴다.
테슬라는 수직 통합(액추에이터, 센서, 추론 칩까지 직접 제조)으로 속도를 낸다.
엔비디아는 플랫폼으로 넓이를 노린다. 삼성은 칩을, 현대는 제조를 담당한다.
결국 이건 진검 승부다. 황의 표현대로 말이다.
"If you want to do extraordinary things, it shouldn't be easy."
"비범한 일을 하고 싶다면 쉬우면 안 된다."